18년간 차가운 동굴에서 남편 기다린 ‘왕바오촨’…”신의로 지킨 사랑”

By 최선아 기자

사람의 행위는 그 시대의 페러다임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 중국 고전에 등장하는 한 아내의 이야기에 많은 사람이 감탄하는 이유도 현대인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순수한 헌신과 사랑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18년간 차가운 동굴에서 남편의 귀환을 기다린 중국 고대 여인의 이야기는 요즘 세대들에겐 낯설게 여겨질 수 있다. 한 사람과 평생을 서로 사랑하면서 결혼생활을 하는 의무감의 무게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대 사람들은 결혼은 하늘, 즉 신이 맺어준 남자와 여자의 신성한 결합으로 인식했다.

Facebook | Shen Yun

중국 서안(西安) 다얀불탑 부근에 구한야오라는 유명한 동굴이 있다. 그곳은 왕바오촨이라는 젊은 아내가 20년 가까이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던 곳이다.

당나라의 수도 장안(長安)에 살았던 왕바오촨은 귀족 출신으로 총명하고 예쁜 딸이었다. 누구보다 그런 딸을 사랑했던 그녀의 부모는 비슷한 지위의 집안 남자를 사위로 맞고 싶었다.

beibaoke / Shutterstock

그런데 왕봐오촨는 부모의 바람과는 달리 집안이 찢어지게 가난한 쉬에 핑꾸이와 사랑에 빠졌다.

쉬에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장수 집안의 엘리트였다. 그는 북위 왕조의 쉬에 안두 장군의 여섯 번째 손자였으나 어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가난한 농부의 삶을 살았다.

어느 날 외출했다가 쉬에를 목격한 왕바오촨은 그의 인품에 마음이 끌렸다. 무관 집안의 자식이라 왕에 비해 신분이 낮고 또 집안도 가난했지만 무술과 고전에 능통했고 신사적인 풍모까지 갖춰져 있었다.

쉬에 또한 왕의 우아하면서도 오만하지 않은 자태에 이끌렸다. 하지만 왕의 지위를 알게 되자 자신이 왕의 상대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낙담했다.

왕의 집안에서는 딸의 결혼 상대를 정하기 위해 전통방식인 자수 공을 던지는 의식을 거행했다. 왕의 아름다움과 총명함에 대해 익히 알고 있었던 귀족 청년들은 앞다투어 참여했다. 귀족 청년들은 제각기 자신이 최고의 신랑감이라고 어필한 뒤 왕바오촨의 선택을 기대했다.

왕의 부모는 딸이 누가 봐도 최고의 상대에게 비단 공을 던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들은 딸의 마음에 이미 다른 청년이 들어있다는 것을 몰랐다. 드디어 왕은 비단 공을 던졌다. 그런데 그 비단 공은 귀족 청년들에게 향하는 게 아니라 초라한 옷차림의 쉬에에게로 전달됐다.

왕의 아버지는 “저렇게 누추한 사람에게 어찌 우리 딸을 보낼 수 있냐”라며 격노했다. 그러나 왕은 아버지의 반대에 굴하지 않고 가난한 쉬에를 끝까지 고집했다. 격분한 아버지는 결국 사랑하는 딸을 집안에서 내쫓았다.

부모님으로 인해 누리던 모든 기득권을 포기한 왕은 결국 쉬에와 결혼한 뒤 고원을 따라  만든 동굴집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Mirko Kuzmanovic / Shutterstock

왕은 남편의 숨은 재능을 발견하고는 수도에 가서 황실 시험을 보도록 격려했다. 쉬에는 사랑하는 아내를 두고 혼자 떠날 수 없다고 버텼지만 결국 아내의 뜻을 받아들여 황궁을 향했다.

왕은 그렇게 떠난 남편이 언제 집으로 돌아올지 몰랐다. 그래도 뜻을 이룬 남편이 언젠가는 돌아온다는 믿음으로 동굴을 지켰다. 고독과 궁핍에 맞서 싸우며 그녀는 그렇게 사계절을 견디며 남편의 귀가를 기다렸다.

그렇게 속절없이 기다리는 동안 왕은 가끔 어머니 편으로 남편의 소식을 접했다. 친정 어머니가 아버지 몰래 음식과 돈을 가지고  동굴로 찾아왔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돌아오지 않는 사위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딸이 안타까워 친정으로 돌아갈 것을 간곡히 설득했다.

하지만 왕은 그곳을 떠나려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남편이 자신을 찾아올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렇게 매서운 겨울이 18번이나 지나갔다.

눈이 내리던 어느 날 쉬에는 마침내 황군의 뛰어난 장수가 되어 동굴로 돌아왔다. 처음에 왕은 믿기지 않았지만 그토록 그리워한 남편이 늠름한 장군이 되어 돌아와 주어 가슴 벅찼다. 18년 간이나 떨어져 있었던 이들 부부는 마침내 재회의 기쁨을 한껏 누렸다.

John_T / Shutterstock

황실 시험에 뛰어난 성적으로 합격한 쉬에는 18년 동안 반군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대를 이끌었다.

 

용맹하고 충직했던 쉬에는 태종황제의 주목을 받았다. 당나라 실록에 따르면, 태종 황제는 쉬에에게 “나의 군사를 맡길 새로운 장군을 찾고자 한다. 당신보다 뛰어난 장수는 없다”고 신임했다.

쉬에는 뛰어난 장수로 임명되어 두 황제를 도와 나라를 지켰다.

쉬에의 아내인 왕은 남편과의 신의를 끝까지 지켰다. 그녀는 동굴을 떠나 친정집에서 안온한 삶을 누릴 수 있었지만 동굴에서 궁핍과 외로움을 견디며 고된 세월을 이겨냈다.

이들의 이야기는 18년의 긴 시간동안 부부간의 신의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션윈예술단의 무용극 소재로 선택돼 2018션윈 무대에 올라 호평을 받은바 있다.

션윈 예술단의 세계적인 내한 공연은 2019년 3월 17일부터 3월 31일까지 고양, 수원, 강릉, 대구, 청주 등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