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 벚꽃이 꽃송이째로 우수수 떨어져 있는 달콤하고 귀여운 이유

By 윤승화

벚꽃이 흐드러진 요즘, 길을 걷다 통째로 떨어진 벚꽃이 보인다면 누군가가 달콤한 벚꽃 식사를 했다는 뜻이다.

지난 6일 SNS상에는 벚나무 옆 인도 위를 찍은 사진이 공유되며 수만 명 누리꾼의 관심을 끌었다.

여느 길과 다를 바 없어 보이는 평범한 인도 위를 포착한 사진이었다. 해당 사진이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끈 이유는 다름 아닌 인도 위에 수놓듯 떨어진 무수한 벚꽃들 때문이었다.

대개 벚꽃은 바람이 불 때면 꽃잎으로 비가 되어 내린다. 그런데 사진 속 벚꽃들은 꽃봉오리째 떨어져 있는 모습이었다.

해당 사진을 처음 게재한 누리꾼은 “이렇게 통째로 떨어진 꽃은 새가 꿀 빼 먹고 버린 거라고 한다”며 “새 녀석들 멋진 점심 식사를 했나 본데”라고 덧붙였다.

실제 흐드러진 벚나무 아래를 걷다 보면 온전한 꽃 모양으로 떨어진 벚꽃들을 왕왕 볼 수 있다. 범인은 참새다.

나뭇가지에 만개한 벚꽃에 그대로 주둥이를 콕 박고 꿀을 빨아 먹는 다른 새들과는 달리, 참새들은 벚꽃을 통째로 따서 바닥에 똑똑 떨어뜨린다.

“다른 새들은 부리가 긴데, 우리들은 부리가 짧고 뭉툭해서요… 짹짹”

부리가 짧은 참새들은 꽃에 부리를 박고 빨대처럼 꿀을 빨아 먹을 수가 없다. 꿀을 먹으려면 꽃을 딴 후 꽃 깊숙이 있는 씨방 속 꿀을 먹는 방법밖에는 없다.

특히 에는 참새들에게는 일종의 보릿고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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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들은 주로 벌레나 잡초 씨 등을 먹고 사는데, 초봄에는 이같은 먹이가 부족할뿐더러 도시에는 벌레나 잡초가 사는 공터가 없어 더욱 먹이를 찾기 힘들다.

도시에 사는 참새들은 그나마 만개하는 벚나무 덕분에 봄을 굶주리지 않고 달콤하게 날 수 있는 셈이다.

“나름 슬픈 이유라구요.. 짹”

꿀을 맛있게 먹은 참새들은 꽃봉오리는 그 자리에 그대로 두고 간다. 참새 무리가 한 번 머물다 간 벚나무 아래 길에는 꽃들이 수북이 눈처럼 쌓인다.

길을 걷다 벚꽃으로 작은 산이 쌓인 길목을 만나면, 꽃이 떨어졌다며 아쉬워하는 대신 귀여워하자. 참새 친구들이 달콤한 식사를 하고 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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