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엄마가 직접 싸준 ‘소풍 도시락’을 9살 딸이 한 입도 안 먹고 남겨왔다

By 윤승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딸을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소풍 도시락을 싸줬던 새엄마가 음식물이 그대로 있는 도시락통을 돌려받았다. 하지만 여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최근 어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이의 새엄마로 지내는 게 너무 힘들다”는 제목으로 사연이 하나 게재됐다.

익명의 글쓴이 A씨는 4년 전 지금의 남편과 결혼한 유부녀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A씨에 따르면 A씨 본인은 초혼이었던 반면 A씨의 남편은 재혼인 상태였다. 그뿐만 아니라 남편에게는 5살 난 딸까지 하나 있었다.

A씨는 “내가 낳은 아이가 아닌데 사랑해줄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다”면서도 엄마 없이 5년을 살아낸 아이를 보듬어주기로 마음을 먹었고, 지금의 남편과 백년가약을 맺게 됐다.

A씨의 주변은 온통 반대였다. 과연 예상대로, A씨는 결혼 후 꾸준히 상담센터를 데리고 다니는 등 노력했지만 아이가 곁을 내어주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함께 손을 잡고 걸어도 아이는 땅만 보고 걸었으며, 마트에 갔다가 갖고 싶은 장난감을 발견해도 만지작거리다가 A씨가 보면 아무렇지 않은 척 조용해지고는 했다.

여느 아이처럼 떼를 쓰기는커녕 말 한마디 먼저 건네는 법이 없던 아이. A씨는 “조금 더 기다리면 되겠지 싶은 마음으로 살았다”고 했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사진 / TBS ‘의붓엄마와 딸의 블루스’

그렇게 4년이 흘렀다. 어느덧 딸은 9살이 됐지만 A씨를 향한 소극적인 태도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러던 이날, 아이가 소풍을 간다고 했다.

A씨는 새벽부터 일어나 어린 딸을 위해 정성껏 도시락을 쌌다. A씨 자신에게도 난생처음 싸보는 도시락이었다.

인터넷 블로그를 뒤져가며 나름대로 주먹밥에 김으로 얼굴을 만들기도 했고, 소시지도 문어 모양으로 요리했다. 어린 딸이 도시락을 보고 기쁘게 먹어줬으면 하는 마음 하나로 온 정성을 쏟았다.

그렇게 정성껏 만든 도시락을 소풍 가는 아이의 손에 들려 보낸 그날 오후, 소풍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아이에게 A씨는 “도시락은 어땠니?”하고 물었다.

하지만 새엄마를 가만히 보던 어린 딸은 아무 대답 없이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A씨는 거실에 홀로 남아 아이가 두고 간 가방에서 직접 도시락통을 찾아 꺼내 뚜껑을 열었다. 도시락통에는 A씨의 바람과는 달리 손 하나 대지 않은 음식물들이 그대로 있었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사진 / 영화 ‘헬로우 고스트’

정성껏 만든 요리임에도 거의 먹지 않은 아이에 A씨는 “그 도시락을 보는데 바보처럼 눈물이 났다”며 “저 자신이 너무 바보 같고 화도 나고, 아이한테 미운 마음마저 들었다”고 했다.

그렇게 A씨가 혼자 울고 있던 그때였다. 아이가 방문을 열고 다시 거실로 나왔다. 아이는 A씨의 옆에 슬쩍 앉아 자신의 진심을 고백했다.

“도시락, 맛이 없어서 안 먹은 게 아니라 아까워서 못 먹었어요. 고마워요 엄마…”

그 말이 끝나자마자 A씨와 딸아이는 서로를 꼭 껴안고 눈물을 쏟았다.

A씨는 “못난 엄마지만 나를 엄마로 만들어준 천사 같은 아이에게 너무나 고마운 마음이 드는, 행복한 하루다”면서 “아이에게 더 잘해주고 싶어 전문적인 육아 공부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전하며 글을 끝맺었다.

글을 올린 A씨의 해당 온라인 커뮤니티 상 닉네임은 ‘사랑해’였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사진 / TBS ‘의붓엄마와 딸의 블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