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현장에서 시민 못 구한 죄책감에 ‘열화상 카메라’ 직접 개발한 한국 소방관

By 김연진

지난 2014년, 대형 화재가 발생한 주택가로 소방관들이 출동했다.

그들은 오로지 생명을 구해야겠다는 생각 하나로 불길 속으로 몸을 던질 준비가 된, 영웅이었다.

그중에는 동두천소방서에서 근무하는 한경승 소방관도 있었다.

한경승 소방관은 거대한 불기둥에 휩싸인 집 내부에 할아버지가 남겨져 있다는 말을 듣고 집안으로 뛰쳐 들어갔다.

한경승 소방관 / YTN

하지만 집안을 가득 채운 연기 때문에 앞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가까스로 불길을 진압하고 할아버지를 발견했지만, 이미 할아버지는 목숨을 잃은 상태였다.

그때 한경승 소방관은 이렇게 생각했다. “다시는 연기 따위에 생명을 놓치지 않겠다”

그 집념은 수년간 지속됐다. 어떻게 하면 화재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구조 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 ‘열화상 카메라’를 개발할 수 있을지, 한경승 소방관은 고민했다.

기존에도 열화상 카메라가 있었지만 한계가 많았다. 가격도 너무 비쌌고, 그만큼 수량도 부족했다. 무게도 무거워 구조 작업을 펼치기에는 기동성이 떨어졌다.

연합뉴스

이에 가격도 저렴하고 가벼우면서, 연기 속에서도 시민들의 위치를 잘 파악할 수 있는 열화상 카메라를 개발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아무리 연구하고 고민해도 그는 전문가가 아니기에 자꾸만 난관에 부딪혔다.

결국 삼성전자 측에 도움을 요청했고, 삼성전자 소속 김윤래 연구원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한국산업기술대학교 학생들과 함께 ‘팀 이그니스’를 결성했다.

이후 연구가 진행되면서 무게 800g, 제작비 50만원의 보급형 열화상 카메라가 탄생했다.

삼성전자

팀 이그니스와 삼성전자 측은 전국 소방서에 열화상 카메라 1000대를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목숨을 잃을지언정 생명을 반드시 구해야 한다는 소방관의 집념이 이렇게 훌륭한 걸작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리고 그 집념은 전 세계 소방관들을 놀라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