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교보그룹’이 연간 1750만원 이익 낸 ‘교보문고’ 안 접고 계속 운영하는 이유

By 안 인규

대한민국 대표 서점, 교보문고. 1980년 설립 후 올해로 창립 42주년을 맞은, 역사도 오래된 서점이다.

그렇다면 교보문고가 1년에 벌어들이는 영업이익은 얼마일까? 억 단위? 아니다. 설마 조 단위? 아니다.

천 단위다. 일반 회사원 한 명 연봉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런 교보문고가 문을 닫지 않는 이유가 전해졌다.

지난달 25일 조선비즈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교보문고의 영업이익은 1750만원으로 집계됐다.

교보생명

수익성이 좋지 않지만, 교보문고의 모기업인 교보생명그룹은 교보문고를 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교보생명은 1500억원을 유상증자해 교보문고에 지원했다.

사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사연이 얽혀 있다.

1980년, 교보생명은 서울 한복판인 광화문에 교보빌딩을 세웠다. 목 좋은 금싸라기 땅에 들어선 대형 빌딩에 사람들의 관심사는 온통 빌딩 지하 1층으로 쏠렸다.

“1층부터 꼭대기 층까지는 교보생명 사무실일 테고… 지하 1층엔 지하상가가 들어서겠지? 저기선 무슨 장사를 해도 돈을 쓸어 담겠는데?”

1981년 광화문 교보빌딩 / 대산신용호기념사업회

교보생명의 창립자인 故 신용호 회장(1917~2003)에게 여러 사업 제안이 무수히 빗발쳤다. 하지만 신용호 회장은 전부 거절했다.

“내 여기엔 서점을 지을 거요. 서점으로 돈을 벌 생각은 없소. 적자가 나도 괜찮소”

서울 한복판의 비싼 임대료 수입을 포기하느냐고 교보생명 임직원들 사이에서도 말이 갈렸다. 많은 임원이 서점 운영은 손해가 난다고 반대했다.

그러자 신용호 회장은 대답했다.

故 신용호 회장 / 대산신용호기념사업회

“일본에 갈 때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대형서점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소.

젊은이의 물결로 꽉 찬 서점은 나라의 진정한 미래를 보여주기에… 국민의 독서량이 나라의 장래를 좌우한다 믿기에….

서울에 건물을 지으면 꼭 큰 서점을 열기로 다짐했소. 서울 한복판에,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서점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소?”

서가 길이만 24.7㎞인 국내 1위 최대 규모 서점, 교보문고는 그렇게 지어졌다. 처음 서점 문을 열던 날, 신용호 회장은 또 이런 말을 남겼다.

故 신용호 회장 / 대산신용호기념사업회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6형제 중 다섯째로 태어난 신용호 회장. 신용호 회장의 아버지는 독립운동가로 줄곧 감옥에 있었고, 형들도 전부 독립운동에 투신하느라 집안 형편은 무척이나 어려웠다.

어린 막냇동생을 제외하면 어머니를 도울 사람은 신용호 회장밖에 없었다. 신용호 회장은 어려운 집안 형편을 극복하기 위해 사업의 길을 걸었다.

교보생명을 대기업으로 키운 신용호 회장은 “돈은 교보생명으로 벌고, 사회 환원은 서점으로 하겠다”며 “연 500억원 정도의 적자는 내도 괜찮다”고 생전에 말했다.

처음 문을 열던 당시 / 교보문고

그런 교보문고의 운영지침은 다섯 가지.

1. 모든 고객에게 친절하고 초등학생에게도 반드시 존댓말을 쓸 것.

2. 책을 한 곳에 오래 서서 읽는 것을 절대 말리지 말고 그냥 둘 것.

3. 책을 이것저것 빼 보기만 하고 사지 않더라도 눈총을 주지 말 것.

4. 책을 앉아서 노트에 베끼더라도 말리지 말고 그냥 둘 것.

5. 책을 훔쳐 가더라도 도둑 취급하여 절대 망신 주지 말고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가서 좋은 말로 타이를 것.

교보생명

그렇다면 교보문고가 정말 사회에 이바지를 했을까.

실제 1997년 말, IMF 외환위기 때 IMF(국제통화기금) 관계자는 우연히 광화문 교보문고에 들렀다가 많은 청년이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보고 예언했다.

“이 나라는 분명히 다시 일어난다!”

그 말은 현실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