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차례 환생을 기억하던 벙어리

By 이 충민

청나라 때, 산서(山西) 지방에 한 곡(谷)씨 성을 가진 관리가 있었다. 그의 관직이 감찰을 책임진 감사(監司)였기에 사람들은 그를 곡감사라고 불렀는데 그는 세 차례 환생한 경험을 기억하고 있는 기인(奇人)이었다.

곡감사가 기억할 수 있는 첫번째 인생은 글을 가르치는 가난한 교사였다. 그는 당시 절방에서 잠시 묵었었는데 스님들은 동냥해 온 돈을 재 속에 감추곤 했다. ‘굶주리고 추우면 도둑질을 하게 된다’라는 말처럼 그는 결국 스님들이 동냥해 온 돈을 훔쳤다. 그러나 그 돈을 다 쓰지도 못하고 며칠 후 그는 죽어버렸다.

그가 죽을 때 영혼이 몸에서 나왔는데 한 노부인이 다가와서 그를 데려가는 것을 보았다. 그들이 얼마 멀리 걷지 않았는데 큰 불구덩이를 지날 때 그 노부인은 갑자기 그를 떨어뜨렸다.

그가 다시 깨어나자 당나귀 우리 안이었다. 머리를 숙여 자신을 보니 뜻밖에도 막 출생한 어린 당나귀였다. 다시 주변을 둘러 보았는데 바로 환생 전에 잠시 묵었던 그 절이었다. 그는 자신이 돈을 훔친 것 때문에 보응을 받았음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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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안 시간이 지나 어린 당나귀가 좀 자라자 절 일을 시키기 시작했는데 매우 힘들고 고생스러웠다.

그는 몇 번이나 그는 산골짜기로 도망쳐 자살해 당나귀로 된 고통을 끝내려 했다. 그러나 생각을 바꾸고 또 생각했다.

‘나쁜 일을 하면 나쁜 결과를 초래하기 마련이다. 만약 내가 전생에 돈을 훔친 죄업을 다 갚지 못하고 죽는다면 내세에 마찬가지로 계속해서 갚아야 하며 마찬가지로 매우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때에 가면 신(神)이 또 나에게 자살한 죄를 징벌할 수도 있다. 그러면 내세는 더욱 고통스럽게 될 것이다.’

이렇게 그는 절 일을 꾹 참고 계속했으며 하루 빨리 빚을 다 갚기를 바랐다. 이렇게 8년이 지나서 당나귀는 결국 지쳐서 죽었다. 그의 영혼은 그제야 당나귀 몸에서 나왔다. 이때 그는 또 지난번 그를 이끌어 당나귀로 환생시킨 그 노부인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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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그 노부인은 그를 한 큰 연못가로 데리고 가서 다시 한 번 그를 밀어 넣었다. 이번에 온몸이 서늘한 감을 느꼈다.

다시 자신을 보니 갓난아이로 변해 있었다. 격동된 나머지 입을 열어 말했다. “마침내 다시 사람이 됐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은 막 태어난 갓난아이가 뜻밖에 말을 하는 것을 듣자 크게 놀랐다. 결국 어떤 사람이 그를 요괴로 여겨 물에 빠뜨려 죽이고 말았다.

또 한 동안 시간이 지나서 그는 다시 한 번 사람으로 환생해 곡씨 집안에서 태어났다. 이번 생애에 그는 또 익사당할까 두려워 입을 다물고 아예 말하지 않았다. 그러자 사람들은 그를 벙어리로 여겼다.

그가 몇 살이 된 어느 날 외출했다가 같은 마을의 한 아이가 서당에서 돌아오는 것을 보았다. 그는 자신이 첫 번째 생에 교사였음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이의 책을 꺼내 보고 말했다.

“너는 이렇게 컸는데 아직도 서당을 다니고 있니?” 그러자 그 아이는 크게 놀라면서 도처에서 “곡씨 집 어린 벙어리가 뜻밖에 글자를 알고 말할 줄 알아요”라고 말했다.

그의 부모가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그에게 자세하게 캐물어서야 그는 전생의 기억을 털어놓았다. 부친은 그를 위해 가정교사를 모셔왔으며 그에게 공부를 잘하라고 했다.

전생의 학문을 기억하던 그는 어린 나이에 쉽게 과거에 합격해 이후 감사 벼슬을 맡게 됐다고 한다.

출처: 청나라 왕감(王椷)의 ‘추등총화(秋燈叢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