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업고 1km 넘게 뛰었다” 아비규환 현장서 딸 찾아내 들쳐업고 뛴 60대 아빠

By 안 인규

이태원 참사, 가장 앞에서 깔린 은 흐려지는 정신을 붙잡고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밤중 딸의 전화를 받은 아빠는 그 길로 이태원으로 달려가 딸을 업고 뛰고 또 뛰었다.

지난 29일 밤 서울 이태원 압사 참사 발생 당시, 21살 대학생 A씨는 귀가하던 중이었다.

참사가 발생한 골목을 막 빠져나오려는 순간 뒤에서 사람들이 쏟아졌고 인파 맨 앞에 있던 A씨 또한 그대로 쓰러졌다.

골목 바닥에 넘어진 A씨 위로 겹겹이 사람들이 쌓였고 A씨의 하반신은 꼼짝없이 눌린 상태가 됐다.

현장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A씨 측은 뉴스핌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눌려진 사람들의 비명과 고통을 호소하는 신음소리, 토사물과 오물로 범벅이었다”고 전했다.

A씨 또한 극심한 고통을 느꼈다. A씨는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자기 팔을 꼬집어가며 버텼고, 그러던 중 극적으로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구출됐다.

SBS 보도 화면 캡처

같은 시각 A씨의 아버지 B(62) 씨의 휴대전화로 전화가 걸려 왔다. 딸 A씨였다.

딸 A씨는 다급한 목소리로 “옆에 사람 다 죽었어”라고 믿을 수 없는 말을 했다. 순간 귀를 의심한 B씨는 딸에게 무슨 얘기인지 자초지종을 물었으나 전화는 자꾸만 끊겼다.

곧이어 A씨로부터 문자가 왔다.

“나 죽다 살았는데 다리가 부러진 것 같아. 이태원에서 압사 사고 났는데 집 가려다가 맨 밑에 깔렸어. 여기 사람들 막 다 죽었어. 살려줘. 나 무서워”

오타가 뒤섞인 문자를 본 아빠 B씨는 심상치 않은 상황임을 직감하고 곧장 택시를 잡아타고 이태원으로 향했다.

그러나 이태원 주변 교통은 통제되고 있었고, 이에 B씨는 택시에서 내려 1.5km가량을 뛰어갔다.

연합뉴스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 해밀턴 호텔 옆 골목 현장에 도착한 B씨의 눈앞에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모습이 펼쳐졌다.

다행히도 그 사이 딸 A씨는 참사 발생 현장 인근 파출소로 피신한 뒤였다.

다시 한달음에 뛰어와 딸이 있다는 파출소에 도착한 B씨. B씨에 따르면, 파출소에는 A씨를 포함해 4명 정도가 누워 있었다.

그중 A씨는 빨리 병원으로 이송돼야 할 정도로 상태가 나빴다.

하지만 참사로 발생한 사망자가 너무 많아 경찰과 소방 인력은 사망자 수습을 우선으로 대응하고 있었고, 아빠 B씨는 이에 딸을 등에 업고 뛰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1km를 넘게 뛰었지만 택시조차 잡을 수 없었다. 아빠 B씨는 도로를 지나는 아무 차량이라도 얻어 타려고 도움의 손길을 청했다.

SBS 보도 화면 캡처

그때였다. 30대로 보이는 남녀 한 쌍이 다가와 병원까지 태워주겠다고 먼저 제안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차량에 A씨와 B씨를 함께 태우고 인근 병원 응급실까지 데려다줬다.

안타깝게도 이곳 응급실은 이미 앞서 실려온 다른 사상자들로 환자를 받지 못했다.

그러자 이들 남녀는 B씨에게 사는 곳을 물어본 뒤 B씨의 집 근처에 있는 경기 분당의 병원 응급실까지 태워주었다. 덕분에 A씨는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아빠 B씨는 “지금 있는 병원에 오기까지 3~4시간이 걸렸다. 여기에 도착해서도 우리를 데려다준 남녀가 휠체어까지 갖고 와서 딸을 태워 옮겨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마운 마음을 표하기 위해 약소한 돈이라도 드리려고 했는데 한사코 안 받고 다시 건네주고 돌아갔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렇듯 A씨는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으나, 약 1시간 30분 동안 장시간 압력에 노출되면서 근육괴사 및 신장 손상을 입어 현재 입원 치료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