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불 공항서 자살폭탄 테러로 미군 12명 포함 수십여명 사망

바이든 대통령, 사건 발생 2시간 여만에 성명
“끝까지 추적해 대가 치르게 할 것”…강경 대응 천명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로 미군 12명을 포함해 80여명 이상이 사망했다.

아프간을 비롯해 중동지역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 케네스 맥켄지 사령관은 26일(현지 시각) 사건 몇 시간만에 긴급 브리핑을 열고 카불 폭탄 테러로 미군 12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사건 직후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는 이번 공격을 실행했다고 주장했다. 카불 공항은 미군뿐만 아니라 아프간을 점령한 탈레반 무장요원들도 경호를 하고 있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테러리스트들은 우리 군이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려던 바로 그 순간에 목숨을 앗아갔다. 그들을 잃어버리게 돼 애도를 표한다”며 테러 공격 사망자와 부상자, 그 가족들에게 위로의 뜻을 밝혔다.

이어 “그러나 우리는 당면한 과제에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사건으로 작전이 위축되는 것은 불명예스러운 일이자, 희생된 이들을 헛되게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폭탄 테러는 현지 시간으로 26일(목요일) 저녁 공항 동쪽 애비게이트 인근 한 호텔 부근에서 발생했다. 현장을 촬영한 사진 속에는 부상자들의 모습이 보였고 피투성이가 된 사람도 있었다. 부상자와 사망자 수십여명은 아프간인이었다.

일부 외신은 아프간 보건당국자를 인용해 사상자를 150여명으로 추정했으나, 정확한 피해상황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에포크 타임즈 사진
의료진과 병원 직원들이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폭탄테러 부상자들을 들것에 태워 이동시키고 있다. | Wakil Kohsar/AFP via Getty Images/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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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애비게이트 상공 사진 | 상업용 위성사진, 로이터/2021 Maxar Technologies/연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워싱턴DC에서 상황을 보고 받은 뒤 이번 폭탄 테러는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의 소행이라고 밝힌 뒤, “끝까지 추적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며 군사 대응 방침을 나타냈다.

이날 백악관은 예정했던 기자회견과 회의를 모두 취소하거나 연기한 뒤 2시간 넘도록 침묵하다가 바이든 대통령 연설을 통해 첫 공식 입장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격을 가한 이들을 용서하거나 잊지 않을 것이라며 군 사령부에 이번 공격을 실행한 IS-K 지도부와 시설을 타격할 작전 수립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이 임무를 완수할 수 있고 완수해야 한다”며 31일까지로 예정한 철수 마감시한은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세계 각국 정상들은 미국에 철수 시한 연장을 요청했으며, 시한이 임박한 공항의 치안상황이 불안정해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아일랜드 방문 중 기자들에게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카불과 공항은 극도로 위험한 상태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의 공식 입장 표명에 앞서 몇몇 의원들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아프간 미국인 구출 계획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공화당 프레드 켈러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 군대를 증파해 모든 미국인을 안전하게 구출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프간에서 발을 빼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의지가 테러조직의 발목잡기로 도전을 받고 있다.

* 이 기사는 자카리 스티버 기자가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