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자금 조사하던 유명 기자 청부 살인 사건… 누가 살해했나?

살인 사건은 지중해의 작은 섬나라 몰타에서 벌어졌습니다. 몰타의 저명 언론인 다프네 갈리지아가 희생자였는데요. 부패를 전문적으로 폭로한 그녀는 자신의 블로그에 취재 내용을 올렸고, 몰타 인구수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글을 읽었습니다. 

2017년 갈리지아는 몰타 고위 정치층에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의심되는 회사들을 조사 중이었습니다.

그녀는 폭탄테러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어느날 일을 마친 그녀가 은행에 가기 위해 차에 올라탔습니다. 하지만 차에는 원격조종 폭탄이 설치돼 있었는데요. 폭탄이 터지면서 갈리지아는 화염에 휩싸였습니다. 

너무나 강력한 폭발로 그녀의 집 유리창이 흔들릴 정도였고, 놀란 아들이 맨발로 뛰쳐나왔지만 차에서 그녀의 시신조차 찾을 수 없었습니다. 땅에 떨어진 파편들만 남았습니다. 

갈리지아의 죽음은 몰타를 뒤흔들었습니다. 몰타 총리는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고, 유럽 전역에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위원장]

“어떠한 정치적 간섭 없이 철저하고 독립적인 조사가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몇달 후 당국은 용의자 세 명을 체포했습니다. 그중 한명은 갈리지아가 무언가를 자세히 폭로하려고 해 살해당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당시 용의자 배후에 누가 있었는지는 여전히 수수께끼였죠.

그녀의 죽음으로 취재는 완료되지 못했지만, 기자 40여명이 한데 모여 그녀가 추적 하던 자금 흐름을 계속 뒤쫒았습니다. 단서들은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 중국을 가리켰습니다. 

갈리지아는 죽기 전 정체불명의 회사 두 곳을 조사 중이었습니다. 한 곳은 “17블랙”이었고, 다른 한 곳은 “맥브리지”라는 회사였죠. 관련 정보원은 이 두 회사가 몰타의 부패 사슬을 밝히는 데 중요하다고 말했고, 유출된 메일에는 두 회사가 정치인 2명에게 2백만 유로를 보낼 거라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두 정치인 중 한명은 몰타 에너지 장관이었고, 다른 한명은 몰타 총리의 측근 보좌관이었습니다.

갈리지아는 자신의 블로그에 “17블랙”을 여러 차례 언급했습니다. 그녀는 이곳이 최고위층 정치인들과 연관됐다고 믿었지만 증명할 방법은 없었죠. 

갈리지아 사후 1년 만에 기자들은 마침내 “17블랙”의 소유자를 밝혀냈습니다. 그는 몰타 최고의 갑부 중 하나인 요르겐 페네치였습니다.

2019년 페네치는 호화 요트를 타고 몰타를 탈출하려 했지만, 당국에 의해 바다에서 체포됐습니다. 그는 갈리지아 암살을 조직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경찰이 그의 아파트를 수색했을 때 천청이라는 이름이 적힌 명함을 발견했습니다.

이후 경찰은 페네치로부터 다른 단서를 확보했습니다. 그들이 유출된 이메일에 언급된 다른 회사인 맥브리지에 대해 묻자, 페네치는 맥브리지가 “몰타 차이나 브리지”의 약자라고 자백했습니다. 하지만 자세한 사항은 밝히지 않았죠.  

경찰이 그에게 천청이라는 중국인에 대해 물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맥브리지는 추적하기 더욱 어려웠지만, 기자들은 마침내 본사가 홍콩에 있다는 걸 밝혀냈습니다. 이 기업은 몰타와 중국의 한자식 표기를 한데 결합한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죠. 

회사는 소유주를 찾기 힘든 방식으로 구성됐습니다. 홍콩 등기부에는 소유자 이름이 없었고, 기자들이 찾은 유일한 단서는 회사 이사가 60대 중국 여성이라는 사실이었죠. 

이때부터 갈리지아가 맞추려 했던 퍼즐이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천은 2014년 몰타와 중국 정권 간의 주요 거래를 주도한 핵심 인물입니다. 이 거래에서 중국 국영기업은 몰타의 유일한 전력공급업체인 에너몰타의 지분 3분의 1을 매입했습니다. 협상에서 천은 중국측을 대표했고, 당시 에너지 장관이었던 콘레드 미치가 몰타측을 주관했죠.

이 거래는 큰 논란이 일고 있는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이었습니다. 공산주의 정권은 이 프로젝트를 이용해 전 세계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일대일로는 겉으로 보기에는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입니다. 중국 정권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저소득국가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거죠. 하지만 비평가들은 중국 정권의 목적은 다른 나라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약탈적인 대출을 이용해 다른 나라를 부채 함정으로 유인한 후, 해당국이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면 그들의 전략적 자산을 압류합니다.

당시 이 거래는 최대 규모의 대몰타 외국인 투자로, 투자 금액이 3억 유로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도 중국 기업에 너무 많은 혜택을 준다고 비판이 일었죠.

천의 중요성은 에너지 거래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는 유출된 메일에서 언급한 비밀 자금 흐름에도 관련돼 있습니다.

에너지 거래 이후 천은 몰타 전력기업인 에너몰타를 설득해 풍력발전단지를 매입했습니다.

거래가 승인된 후 천은 게임에 브로커를 끌어들였습니다. 작동 방식은 이랬습니다. 페네치의 회사인 “17블랙”이 브로커에게 3백만 유로의 대출을 제공했고, 브로커는 이 돈으로 풍력발전단지를 매입했습니다.

일주일 후 회계법인은 “17블랙”과 맥브리지가 1년 안에 고객의 페이퍼 컴퍼니로 2백만 유로를 보낼 거라고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여기에서 말한 고객이란 당시 에너지 장관이었던 콘래드 미치와 당시 총리 비서실장이었던 키스 스켐브리였죠.

바로 이 메일이 유출돼, 갈리지아가 두 회사를 조사하기 시작한 겁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에너몰타는 브로커로부터 풍력발전단치를 천만 유로에 매입했습니다. 이 거래로 브로커는 7백만 유로를 벌어들였죠.

브로커는 “17블랙”에게 대출금 3백만 유로를 갚았고, 나머지 수익금도 모두 “17블랙”에게 주었습니다.

거래가 완료된 후, “17블랙”은 천의 회사 중 한곳에 백만 유로를 주었습니다. 

몰타 당국은 천의 회사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몰타 정치인들에게 뇌물을 주고 부당 이득을 챙겼다고 의심하고 있죠. 당국은 풍력발전단지 거래도 조사하고 있습니다.

두 정치인 중, 미치 전 에너지 장관은 자신의 회사와 맥브리지와의 연관성을 부인했으며, 기소되지 않았습니다. 스켐브리 전 비서실장도 맥브리지, “17블랙”과의 사업 계획이 보류됐다며, 범죄 사실을 부인했습니다. 에너지 거물인 페네치는 갈리지아 암살을 주도한 혐의로 재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갈리지아의 가족은 슬픔을 극복하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아들인 매튜는 어머니가 새롭게 발견한 사실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려 했다며, “정치적, 사업적 이해관계가 얽힌 범죄는 우리 시대의 중요한 문제이다. 부패는 어머니가 희생된 것처럼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간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어머니가 이걸 보면 기뻐하셨을 거라며, 어머니의 작업은 입증되었고 그녀는 혼자 싸운게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