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동계올림픽 폐막식날 K팝 ‘문화승리’한 대한민국

By 이서현

중국 정부가 한한령으로 한국 문화를 제한한 가운데, 베이징 동계올림픽 경기장에서 K-팝이 울려퍼졌다.

미국 대표로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성 피겨스케이팅에 출전한 중국계 알리사 리우 선수가2 20일 폐막식날 개최된 피겨 갈라(Gala)쇼에서 그룹 ITZY(잇지)의 노래 ‘로코(LOCO)’를 틀어버린 것이다.

리우가 ITZY의 노래에 맞춰 스케이팅을 타며 깜찍한 안무를 선보이는 장면은 올림픽 생중계를 타고 전 세계로 방송됐다.

중국 공산당이 ‘문화공정’으로 한국 문화를 가로채려 시도하는 가운데, 어떠한 정치적 의도 없이 순수하게 K팝을 즐기는 미국의 17세 피겨 스타가 의도치 않게 ‘시원한 한 방’을 날려 반응이 나온다.

화면 캡처

청년층이 자주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문화 승리’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문화 승리는 시리즈 6편까지 나온 ‘파이락시스 게임즈’의 턴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문명’에서 등장하는 개념이다.

다른 문명과 경쟁하는 이 게임에서 최종 목표인 ‘승리’의 방식은 다른 모든 문명을 전멸 또는 지배하는 것만 아니다. 먼저 외계 행성 탐사에 성공하는 ‘과학 승리’, 외교적 지배력을 인정받는 ‘외교 승리’ 외에도 자국 문화를 전 세계에 전파하는 ‘문화 승리’가 있다.

중국의 문화장벽을 뚫고 한국문화가, 공산당 정권이 막대한 비용과 공을 들여 정권 이미지 세탁을 위해 마련했다는 무대에 울려퍼졌다는 사실에 한국 청년들이 통쾌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 내내 경기장 휴식시간에 방송된 음악 중 단 하나의 K팝도 없이 흘러간 옛 팝송이나 중국 본토 가수들의 노래였다는 점에서, 당국의 허를 찌른 쾌거라는 평가도 내려졌다.

알리사 리우의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 갈라쇼. 2022.2.20 | David Ramos/Getty Images

한 네티즌은 “내가 리우의 아빠였으면 진짜 흐뭇하게 봤을 것”이라며 “보기좋게 중공(중국 공산당)을 O먹인 것”이라 댓글을 커뮤니티 게시글에 달았다.

리우의 아버지는 중국 출신으로 1989년 미국에 이민해 법학 학위 등을 취득하고 현재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989년 중국 공산당이 민주화를 요구하며 톈안먼 광장에 모인 대학생과 젊은 시민들을 탱크와 총으로 유혈 진압한 해이다.

리우의 아버지 역시 젊은 세대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기는커녕 잔인한 학살극을 펼친 공산당에 실망해 미국으로 건너온 것으로 알려졌다.

톈안먼은 티베트 독립, 파룬궁 탄압 등과 함께 중국 공산당의 최대 금기어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