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합의 사실상 탈퇴…“핵프로그램 규정 안 지킨다”

By 연합뉴스

이란 정부가 5일(이하 현지시간)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서 약속한 핵프로그램에 대한 동결·제한 규정을 더는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란 정부는 성명을 통해 “이란은 핵합의에서 정한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수량 제한을 더는 지키지 않겠다”라며 이란은 우라늄 생산을 위한 연구와 확장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방송은 핵프로그램 가동에 대해 “우라늄 농축·원심분리기 수량 및 연구개발에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게 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CNBC 또한 이란 정부 대변인을 인용해 이란은 2015년 협정에 명시된 어떠한 제한도 존중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란의 발표는 미국이 이란 ‘군부 실세’인 카셈 솔레이마니 총사령관을 사살한 여파로 이날 긴급 개최된 이란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결정된 것이다.

NYT는 이란은 자국에 대한 제재가 철회될 경우,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주요 6개국(미·중·러·영·프·독)과 이란이 2015년 타결한 핵합의는 이란의 핵개발을 제한하는 조항이 세밀하게 설계돼 있다.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이 미군에 폭사하면서 사실상 핵합의 탈퇴라는 매우 강경한 조처를 내놓은 것이다.

이란은 미국이 가한 경제·금융 제재를 철회한다면 ‘핵합의’ 협상을 계속할 의사를 비쳤지만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아주 커 핵협상의 진전은 없을 전망이다.

지난주 이란과 미국 사이 긴장이 고조됐다.

하루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수백 명의 이란 시위대를 포함해 평생 수많은 사람을 죽인 테러리스트 솔레이마니를 사살한 것에 대해 “이란은 대담하게 미국에 보복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트위터에 게재했다.

이란 최고지도자의 군사 고문인 호세인 데그한을 포함한 이란 지도자들은 “미국이 전쟁을 시작했다”고 주장하며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미국인들이 가한 타격과 맞먹는 공격을 미국이 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데그한 고문은 미국이 추후 새로운 사이클을 모색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CNN 보도에 따르면, 총사령관이 사망하기 며칠 전 하산 루하니 이란 최고 지도자는 새로운 우라늄 농축 IR-9 원심분리기 개발을 착수했다고 국영 통신 IRNA을 통해 밝혔다.

이란은 2018년 미국이 핵합의를 파기한 뒤 1년간 핵합의를 지켰으나, 유럽 국가마저 핵합의를 이행하지 않자 지난해 5월부터 핵합의 이행 범위를 줄여가며 우라늄 농축 한도를 넘기겠다고 선언했다. 또 이란은 핵합의 당사국들이 미국의 제재를 우회하는 데 도움을 주지 않는다면 합의 이행에서 점점 멀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11월 초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이란 원자력청장이 “이란은 현재 고성능 원심분리기 IR-6를 60대 가동하고 있다”고 언급했음을 국영 타스님 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이란의 발표에 대해 유럽연합은 핵합의 내용과 어긋난다고 비판하며 합의 준수를 촉구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