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업인들 해외출장 꺼리고 中 기업은 불매운동… 화웨이 사태가 불러온 변화들

By 정 용준 번역기자

화웨이 사태가 미국과 중국의 새로운 갈등으로 전개될 것인가.

중국의 대표적인 네트워크 장비 제조사인 화웨이의 멍완저우(孟晩舟·46) 부회장이 미국의 요청으로 캐나다에서 체포된 사건으로 미국과 중국 기업인들의 움직임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화웨이의 창업자이자 회장인 런정페이(任正非·74)의 딸인 멍완저우 부회장(이하 멍 부회장)은 지난 1일(이하 현지 시각)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캐나다에서 체포됐다.

미국의 이란 제재를 회피하는 국제금융망에 연루됐다는 게 그 이유였다.

하지만 열흘 후인 11일 멍 부회장은 보석으로 풀려났다.

11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보석으로 풀려나는 멍완저우 부회장(가운데 여성) | 영상 갈무리=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일각에서는 이번 보석 판결이 중국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 보고 있다.

멍 부회장이 풀려나기 이틀 전인 9일 중국공산당의 공식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캐나다가 멍 부회장을 즉시 석방하지 않으면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위협했다.

멍 부회장의 석방 이후 양국의 갈등은 다시 기업인들에게 옮겨간 듯하다.

블룸버그 통신은 11일 “중국 기업인들은 미국 출장을, 미국 기업인들은 중국 출장을 서로 꺼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유에 대해서는 “중국 기업인들은 자신들도 멍과 같은 처지에 놓일 것을 우려해 몸을 사리고 있고, 미국 기업인들은 중국의 ‘보복’이 두려워 중국행을 자제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의 IT 기업 시스코가 지난 7일 모든 직원들에게 중국 출장과 여행을 자제하라는 내용의 이메일 보냈다”고 전했다.

이어 9일에는 홍콩 빈과일보가 “중국 광둥성에 본사를 둔 멍파이(夢派) 그룹이 애플의 아이폰을 사는 직원은 상여금을 깎고 중국산 휴대폰을 사는 직원에게는 구입비의 15%를 지원하며, 업무용 비품과 차량도 미국산을 쓰지 않기로 했다며 주로 기술기업들이 미국산 제품 불매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고가 점퍼로 유명한 캐나다구스도 14일 공식 웨이보 계정을 통해 베이징 한복판에 열 예정이던 ‘내륙 1호점’ 개점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혔다.

[좌] 미국의 네트워크 장비 전문 기업 시스코 [우] 캐나다의 의류 제조 기업 캐나다구스

한편 이번 ‘화웨이 사태’로 멍 부회장과 같은 중국 재벌 2세 기업인 여성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SCMP는 중국 경제지 후룬 리포트의 기사를 인용해 이들 재벌 2세 여성 기업인들의 특징을 “이들 대부분은 유학파이며 승계권을 둘러싼 경쟁이 거의 없는 편이다. 이는 40년 넘은 중국의 ‘한 자녀 정책’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후룬 리포트는 올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여성 50인’ 명단을 발표했는데 여기에 중국인은 최소 7명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재벌2세 여성 기업인들 (왼쪽부터) 양후이옌, 류창, 종푸리 | 언론 공개 사진

세계 여성 부호(富豪) 1위에 오른 양후이옌(楊惠姸)은 오하이오 주립대를 졸업하고 중국의 부동산 기업인 ‘컨트리 가든’의 공동 회장으로 있다. 연봉은 한화로 약 25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 사료 업체 신시왕류허(新希望六和)의 류창(劉暢) 회장은 2조가 넘는 재산을 어머니와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최대 식품 기업 와하하(娃哈哈) 그룹의 종푸리(宗馥莉)도 미국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계열사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