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일 암호법 정식 시행 “모든 암호 국가가 관리”

By 한동훈

중국이 지난 1일부터 ‘암호법(密碼法)’ 정식 시행에 들어갔다. 블록체인 기술 개발과 디지털 위안화를 위한 법적 토대 마련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통과된 암호법에서 밝힌 제정 목적은 두 가지다. 하나는 암호화 기술 규제 및 관리수준 향상, 다른 하나는 암호화 기술 분야의 안정적 발전이다.

암호법은 암호를 핵심암호, 보통암호, 상용암호의 세 가지로 분류한다. 핵심암호와 보통암호는 국가 기밀관리에 사용되고, 일반 데이터 보호에는 ‘상용 암호’가 쓰인다. 일반 시민들과 기업, 단체는 법률에 따라 상용암호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상용암호는 국가암호관리국에서 제정하는 국가표준과 산업표준을 따라야 한다.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중국의 암호법 시행을 국내 블록체인 업계는 반기는 눈치다. 국내 관련 법 제정이 미비한 상태에서 중국의 암호법 시행이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감을 품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암호법에서는 암호화 기술 발전과 관련 산업 진흥을 장려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암호화를 도입해 정보를 보호하며, 암호화에 대한 교육을 추진해 사회적 인식을 향상하기 위한 조항이 마련됐다.

하지만 중국 정권의 철저한 국민감시에 익숙한 중화권 안팎에선 우려 섞인 반응이 나온다. 암호법이 또다른 형태의 국민감시, 통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5장 44조의 암호법 조항 중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1장 5조다. 해당 조항에서는 ‘국가암호관리국에서 전국의 비밀번호 업무를 관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비밀번호 업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상 중국의 모든 정부기관, 개인, 기업의 비밀번호를 직접 관리하겠다는 조항으로 읽힌다.

이에 대해 대만 군사전문가 쑤쯔윈(蘇紫雲)은 “중국 공산당은 2000년부터 인터넷 만리장성을 구축해 외부 여론을 차단하기 시작하고 인터넷 여론을 통제했다. 이제는 기관, 개인, 기업의 비밀번호까지 당에서 관리하겠다고 넘기라 한다. 암호법이 시행되면 나라 전체에 그 어떤 통신 기밀도 없다고 봐야 한다”고 보도했다.

쑤쯔윈은 “44조의 법조항에서는 암호법 위반 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나와 있지만, 암호 제정 방법과 실제 적용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다. 다시 말해 법을 마음대로 집행할 수 있는 애매한 부분이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징계 조치는 오히려 분명하게 나와 있다. 위반 시 형사처벌 외에 민사상 최고 100만 위안(약 1억 70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되고, 관련자들에게는 1만~10만 위안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중국 헌법에서는 국민에겐 사생활 보호의 일환으로 통신 비밀의 자유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암호법은 법적으로 위헌(違憲) 소지가 크다. 암호법 제정은 정권의 불안감을 드러낸다. 대중을 못 믿겠다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정부가 통신 비밀을 관리하면, 공개적으로 정부를 비판한 게 아니라 정책에 대한 불만 등을 사적인 채널로 주고받더라도 통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10월 24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중앙정치국 연구모임에서 “블록체인 기술과 산업 혁신 개발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말이 나오자마자 중국 증시에서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와 관련주 주가가 폭등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2017년 불법적인 자금 모집을 예방한다며 가상화폐의 제조와 판매를 금지하는 등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에 대해 억제정책을 일관되게 시행해왔다. 따라서 시진핑의 ‘블록체인 기술 장려’ 발언은 민간이 아닌 정부와 공산당 주도의 블록체인 기술 발전으로 풀이된다.

해외 중국전문가들은 중국 공산당의 블록체인 기술 개발 목적을 크게 △위안화의 세계화 △통화정책의 자율성 △대내(對內) 금융규제로 보고 있다.

달러화 중심의 국제통화시스템에 대항해 디지털 위안화 등 디지털 통화시스템을 구축해, 이 시스템을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신실크로드) 프로젝트에 접목해 궁극적으로 전 세계 디지털 시스템을 컨트롤하는 ‘세계정부’, 이른바 ‘인류운명공동체’를 만드는 게 중국 공산당의 최종 목적이라는 분석이다.

암호법은 중국 공산당의 디지털 분야 영향력이 확대와 맞물려 글로벌 보안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도 지적된다.

일대일로 프로젝트 참여국은 중국 공산당이 개발한 크로스보더 결제시스템을 사용한다. 적잖은 국가에서 화웨이(華爲)와 ZTE(中興) 등에서 생산한 네트워크 모니터링 장비, 안면인식 시스템을 도입한다.

암호법은 이런 장비에서 통용되는 암호화 정보마저 중국 당국범위 내에 두도록 규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개인도 자유롭지 못하다. 중국 소셜 앱인 위챗, 웨이보, 틱톡 등을 사용하거나 중국 최대 온라인마켓인 타오바오(淘寶)에서 쇼핑할 경우, 개인정보는 물론 비밀번호까지 중국 공산당 손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에포크타임스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