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가사 올렸는데 왜 검열? 봉쇄 불만에 ‘폭발 직전’ 상하이

에포크타임스

“일어나라! 노예가 되기를 원치 않는 사람들이여!”(起來不願做奴隸的人們)

현재 중국 국가(國歌)로 사용되는 혁명가 ‘의용군행진곡’의 한 구절이다. 원래 국민당 정부 시절 흥행한 영화인 ‘풍운아녀’의 주제가로 중일전쟁 당시 중국군을 독려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최근 중국 소셜미디어(SNS)인 웨이보에서는 이 가사를 해시태그로 붙인 게시물이 모두 삭제됐다. 이 게시물들은 모두 상하이의 가혹한 봉쇄에 불만을 나타내는 내용이었다.

중국 네티즌들이 봉쇄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면서, ‘의용군행진곡’ 가사를 해시태그로 붙인 것은 외세의 강압적 지배에 맞서 중국인들의 궐기를 촉구하는 내용이 현재 중국인들의 심정을 대변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불만 여론을 억누르려 자국 국가마저 검열하는 중국 정권의 현주소를 나타내는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정권 탈취를 위해 민중의 혁명 정신을 부추길 때도 이 노래를 이용했지만, 이제는 이 노래의 ‘위력’에 몸을 사리는 처지가 됐다.

상하이 민심은 코로나19 자체보다도 방역에 따른 고충과 피해로 피폐해진 상황이다. 검열된 국가에도 등장하는 ‘노예’는 중국 당국에 ‘민감한’ 단어가 됐다.

‘신노예’라는 곡을 발표한 상하이의 유명 래퍼 방략 아스트로(方略Astro) | 유튜브 화면 캡처

상하이의 유명 래퍼 방략 아스트로(方略Astro)는 정부의 권력남용과 생명경시를 비판하는 신곡 ‘새 노예(新奴隶)’를 발표했다.

이 곡은 ‘자유와 사상이 권력에 의해 금지돼 존엄과 생명은 가치 없는 것이 됐다’, ‘건강한 사람은 집에 갇혀 병자 취급을 받고, 진짜 병자는 병원이 폐쇄돼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 ‘추악한 그 손길이 너무 더럽다, 바이러스보다 무서운 것은 사람이 사람 잡아먹는 것’이라는 등 상하이 상황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은 SNS에서 삭제돼 찾아보기 어렵지만, 이 곡은 공개 직후 순식간에 확산됐다. 곡에 대한 중국인들의 열렬한 반응이 당국을 자극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대한 글을 써오던 해외 칼럼니스트들은 이번 사건을 놓치지 않고 정곡을 찌르는 총평을 자신의 트위터에 남겼다고 미국의소리(VOA) 중문판은 전했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팀 쿠플란은 “중국에서 애국은 까다로운 균형잡기”라고 했다. 중국에 대한 애국과 공산당 정권에 대한 충성을 구분해야 한다는 말로 풀이된다.

방역 당국의 퇴거 명령에 저항하는 상하이 시민들 | BBC 유튜브 화면 캡처

싱가포르 경영대 법학과 헨리 가오 교수는 “(중국 당국은) 언제쯤 이 노래 전체를 검열할까”라고 풍자했다. 자국의 국가라 차마 전체를 검열할 수는 없지만, 부당한 지배에 항거하라는 가사 내용이 언제든 정권에 칼날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독일의 유력 주간지 ‘디 차이트’ 중국 특파원 양시판은 “이런 일이 이제야 일어났다는 게 놀랍다”며 중국 당국의 검열을 꼬집었다. 정권에 위협이 되는 내용이라면 모두 검열하는 당국이 민중 궐기를 촉구하는 내용의 국가를 지금까지 놔둔 게 놀랍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학자 크리스 볼딩은 “혁명은 늘 그것의 창시자를 잡아 먹는다”며 기득권 타도를 외쳤던 중국 공산당이 이제는 타도의 대상이 된 상황을 꼬집었다.

중국에서 강압적인 방역에 대한 저항의 표시로 ‘의용군행진곡’이 등장한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0년 후베이성 우한에서 ‘우한 폐렴’ 사태가 발생해 인구 1100만 대도시 우한이 76일간 봉쇄됐을 때도 우한시 주민들은 매일 밤 국가를 부르며 정부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우한 봉쇄 당시 현지 상황을 촬영했다며 인터넷에 게재된 사진 | 웨이보

이들이 국가를 부른 것은 가사에 저항의 의미를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국가이기 때문에 단순히 이를 부른다는 것만으로 당국이 처벌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불만을 나내기 위해 국가를 부르는 것은 지상에 천국을 건국하겠다는 사회주의 이념을 표방한 국가에서 실낱 같은 틈을 통해 숨쉬는 중국인들의 현실이다.

코로나19라는 전염병 자체보다 가혹한 봉쇄로 인한 식량난, 자유의 제한, 병원 측의 진료 거부 등 2차 피해가 커지면서 시민들의 불만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