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공기 값 220원 수준 ‘쌀값 폭락’.. 국내 쌀농가 붕괴 위기

By 연유선

소비자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지만 유독 가격만 떨어지고 있다. 쌀 소비량 감소에 더해 지난해 생산량이 전년보다 10% 넘게 늘어난 ‘풍년’ 때문에 쌀값이 급락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떨어지는 쌀값

통계청에 따르면, 7월 25일 정미한 쌀 20kg의 산지 가격은 4만 3918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 5만 5856원보다 21.37% 하락한 금액이다.

농민들로부터 매입한 벼를 도정해 도매시장에 쌀로 내놓는 미곡처리장의 벼 매수가격 하락세는 더 가파르다.

지난해 경남지역에서 40㎏들이 벼 한 포대 수매가는 6만 2000∼6만 3000원대였다. 그러나 올해 4월 기준으로 벼 한 포대 가격은 5만 4000원 선까지 내려앉았고 현재는 4만 8000∼4만 9000원대로 하락했다.

수매가보다 1만~1만 5000원 가까이 싼 가격으로 농민들이 벼를 시장에 내놓고 있다.

이처럼 벼 가격은 하락세지만 농사 비용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농업용 면세유 가격은 지난해보다 2배 올랐고, 농자재와 비료값도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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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 안정이 중요한 이유

올해 조생종 햅쌀은 빠르면 8월 말께 출하된다. 올해 벼 작황은 지난해와 같은 병해충 발병이나 태풍이 없어 풍년이 예상된다. 이로 인해 쌀값이 더 떨어지지 않을까 농민들은 걱정하고 있다.

농촌 공익 법률센터 하승수 대표는 “쌀값을 안정시키는 것은 대한민국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중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밀 가격이 상승하는데도 밀자급률이 0.8%에 불과한 대한민국이 상대적으로 안심할 수 있는 이유는 주곡인 쌀 자급률이 90% 이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하 대표는 “지금처럼 쌀값이 폭락하면 농민 입장에서는 쌀농사를 지어도 손에 쥐는 이익이 없게 된다. 만약 농민들이 농사를 포기하는 쪽으로 흘러간다면 곡물자급률이 20% 수준에 불과한 대한민국은 쌀 자급조차 무너지게 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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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 안정을 위한 정부의 정책과 문제점

정부는 지난 2019년까지 쌀값의 목표가격을 정해 놓고, 목표가격에 쌀값이 못 미치는 경우 그 차액의 85%를 ‘변동직불금’으로 지급했다.

그러나 2020년 1월 국회가 변동직불금을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자동 시장격리제’라는 정책을 도입했다.

‘자동 시장격리’란 쌀 생산량이 수요량을 초과하는 경우 초과 생산한 쌀을 ‘일정한 요건’이 될 때 자동으로 시장에서 격리함으로써 쌀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취지의 정책이다.

‘일정한 요건’은 초과 생산한 쌀을 생산량이 수요량의 3% 이상 초과하거나 가격이 지난해보다 5% 이상 떨어질 때이다.

문제는 이미 통계청의 쌀 생산량 예측조사에서 2021년도에 쌀생산량이 수요량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됐는데도 ‘자동 시장격리’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통계청의 예측에 따라 2021년 10월 15일까지 시장격리 등의 대책을 발표해야 했다.

그런데 정부관료들은 2022년 1월이 돼서야 시장격리 세부계획을 발표했고, 2월이 돼서야 쌀을 매입했다.

그것도 초과생산량 27만 톤 중 일부만을 ‘최저가입찰제’ 방식으로 매입하는 바람에 쌀값 하락을 오히려 부추겼다는 비판도 나왔다.

정부가 세 차례 ‘시장격리'(예산으로 쌀을 구입해 비축해 두는 것)를 통해 가격을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쌀값 하락은 멈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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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은 정부에 ▲쌀의 경우 6개월 비상식량 180만 톤 항시 비축, ▲비상식량 매입 시 농민의 가격결정권 보장, ▲국가 비상식량 매입 의무를 양곡관리법에 명시, ▲최저가 입찰 방식의 반농민적 시장격리 매입 즉각 중단, ▲시장 격리 요건 충족하면 시장격리 의무화하도록 양곡관리법 개정, ▲농산물 가격 결정권을 명시한 농민기본법 제정 등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또 공깃밥 한 그릇 반 수준에 불과한 국민 1인당 1일 쌀 소비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국민들에게 쌀 소비 촉진 운동에 참가해 달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