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前 사무부총장, 마스크 업체의 식약처 로비 명목 수억 원대 뒷돈 정황

By 연유선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문재인 정부 당시 마스크 업체로부터 로비를 받은 의혹이 제기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상대로 한 로비였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다.

앞서 이 전 사무부총장은 2019년부터 3년간 사업가 박모씨로부터 개인적인 민원을 들어주는 대가로 수억 원의 금품을 건네받는 등 알선수재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 측은 이 전 사무부총장이 정·재계 유력 인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금품을 받아갔다고 주장했다. 최근 검찰 조사를 수 차례 받은 박씨는 그동안 이 전 사무부총장과 나눈 대화를 담은 녹취파일을 수사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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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는 이 전 사무부총장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마스크 수요가 폭발했을 당시 박씨의 요청으로 마스크 업체의 식약처 로비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포함돼 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마스크업체 A사는 2020년 초 신기술을 적용한 마스크를 생산해 국내에 유통할 계획이었으나 식약처로부터 관련 허가를 받지 못해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었다.

A사는 박씨에게마스크 생산·유통 등에 대한 식약처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고 이후 박씨가 A사의 청탁을 이 전 사무부총장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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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이 전 사무부총장에게 ‘지인이 마스크 사업을 하는데 인허가가 잘 안 나온다. 식약처에 아시는 분을 소개해주면 직접 만나 설명하겠다’고 부탁했다.

박씨의 지인은 “식약처 간부들이 민원인을 만나러 서울까지 올라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이 만남 이후 신기술이 적용된 A사의 마스크 6종은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검찰은 박씨가 이 전 사무부총장에게 줬다는 9억 원 가운데 1억 원이마스크 인허가청탁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문제의 ‘1억 원이 이 전 사무부총장을 통해 식약처 간부들에게 전달됐는지를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사무부총장 주선으로 2020년 5월 실제 식약처 간부들과 박씨의 지인이 접촉한 정황도 검찰에 확보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서울 양천구 목동에 있는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사무실에서 식약처 간부와 박씨 지인의 만남이 이뤄졌고 마스크 허가 관련 얘기가 오갔다는 것이다.

박씨는 이 전 사무부총장이 사업 인수와 마스크사업 허가, 승진 등의 청탁을 들어줄 것처럼 이야기하면서 수억 원을 가져갔고, 빌려간 돈까지 더하면 10억 원대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박씨는 2020년 하반기 이 전 사무부총장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 핵심인사를 통해 “(수도권 소재) 골프장을 인수하도록 해주겠다며 돈을 요구해 수천만 원을 건넸다는 진술도 검찰에 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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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위 사건과 별개로 한국남부발전 직원의 승진 청탁을 이 전 사무부총장에게 전달한 혐의도 받고 있다.

반면 이 전 사무부총장 측은 박씨 측과 돈이 오간 것은 사실이지만 청탁이나 로비가 아닌 단순 채무관계라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이 전 사무부총장이 선거 자금 등으로 7억 3000여만 원을 빌린 뒤 5억 3000여만 원을 갚았고, 2억원 정도 갚을 돈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박씨가 돌연 10억 원을 요구했다는 주장이다.

이 전 사무부총장 측은 금품을 제공했다는 사업가 박모씨가 자신을 무고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검찰 소환에도 당당히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전 사무부총장 법률대리인은 “(이 전 부총장이) 단순 지인 관계를 언급했더니 박 씨가 이를 자신들의 지인에게 자랑하며 돈을 가져간 일”이라며 박씨가 실제 일어난 일을 침소봉대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전 사무부총장은 이 사건과 별개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 3·9 ·보궐선거에서 이 전 사무부총장은 서울 서초갑 지역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선거 운동원에게 규정 이상의 돈을 지급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지난 8일 불구속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