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을 향한 천년의 기다림” … 천년 古都 익산서 국립박물관 개관

By 애나 조

103년 만에 공개되는 무왕의 나무관 등 최초 공개 유물 ‘눈길’
미륵사지 석탑서 발견된 사리장엄구 등 3천여 점 전시

전북 익산은 찬란했던 백제의 문화가 스민 고도(古都)이다. 백제 사비기 왕도 문화의 발현지이자, 견훤이 후백제의 정통성을 찾으려 했던 땅이었다. 조선시대 실학자들은 익산을 고조선의 마지막 왕 준왕이 위만에게 쫓겨 남쪽으로 이동하다 정착한 마한의 중심지로 믿기도 했다. 금강과 만경강, 비옥한 평원에 천년 역사를 고이 간직해온 익산에서 지난 10일 국립익산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 ‘백제역사유적지구’이자 삼국시대 최대 불교사원 미륵사지에 있는 곳. 전북 익산은 살아있는 백제의 꿈이 살아있는 곳이다. 국립익산박물관에는 미륵사지 출토품 2만 3천여 점을 비롯해 전북 서북부 유적 3만 점이 소장되어 있다. 미륵사지 석탑과 왕궁리 오층석탑에서 출토된 사리장엄구 등 3천여 점이 상설 전시되고, 개관 특별전으로 전국에 분포된 사리장엄구를 한 곳에 모은 ‘사리장엄’전이 열린다.

백제 30대 무왕의 쌍릉 대왕릉 나무관|국립익산박물관

선화공주를 사랑했던 백제 30대 무왕의 무덤에서 발견된 나무관도 공개됐다. 1917년 발굴이 시작된 지 103년 만이다. 무왕과 왕비(선화공주)의 무덤으로 전해지는 쌍릉(익산시 석왕동) 대왕릉의 나무관은 직접 떼어 온 봉토의 토층과 실제 크기의 돌방무덤과 함께 설치되어 현

장감이 느껴진다. 일본산 고급목재인 금송으로 짠 나무널과 정밀 금속공예 기술로 만든 장식품에서 1400년 전 백제 장인의 최고 기술이 엿보인다.

미륵사지 석탑에서 발견된 사리장엄구는 전시의 하이라이트다. 삼국 최대 불교사원인 미륵사는 백제 무왕의 왕후가 미륵산 큰 못에 나타난 미륵삼존을 친견하고, 무왕에게 간청하여 세운 사찰로, 현재 건물은 모두 사라지고 터와 당간지주(당간을 지탱하기 위하여 세우는 기둥), 석탑만 남았다. 그중 가장 크고 오래된 석탑인 절반만 남아 해체 수리를 해야 했던 미륵사지 석탑에서 부처의 진신사리(眞身舍利)가 발견된 건이다. 해체를 시작한 지 8년 만인 2009년, 사리장엄구 발견으로 탑 속에 감춰져 있던 또 하나의 세계가 열렸다.

사리는 부처의 유해에서 발견된 구슬 모양의 결정체다. 부처의 몸 그 자체로 성물(聖物)인데다 신비한 기적이 전해져 사리를 모신 탑은 성스러운 예배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미륵사지 석탑에서 발견된 사리는 정교한 세공이 돋보이는 용기인 ‘사리장엄’에 안치됐다. 당대 최고 며품인 오색의 유리 구슬과 직물, 장신구 등 다양한 공양품과 왕비의 간절한 염원을 담아 금판에 새긴 사리봉영기 등 사리장엄구 일체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미륵사지 석탑 사리장엄의 의미를 기념하기 위한 특별전 ‘사리장엄-탑 속 또 하나의 세계’에서는 사리가 늘어나는 신이(神異)를 보였던 부여 왕흥사지 출토 사리장엄, 조선의 건국을 꿈꾸던 이성계가 발원한 것으로 유명한 사리장엄 등 우리나라 왕실과 귀족 등이 발원한 사리장엄 9구를 포함해 15구가 한 자리에 전시되어 있다.

제석사지 목탑이나 금당 안에 안치되었을 승려상의 머리|국립익산박물관

최초로 공개되는 유물도 눈길을 끈다. 미륵사지 석탑 사리장엄구의 공양품을 감쌌던 금사로 수놓은 직물, 제석사지 목탑이나 금당 안에 안치되었을 흙으로 빚은 승려상의 머리, 백제 멸망 이후 통일 신라시대에 보수 정비되었음을 알려주는 ‘伯士’명 납석제 항아리 등도 첫 선을 보인다.

국립익산박물관은 ‘미륵사지 관광지 조성계획’에 따라 미륵사지 남쪽 지역에 전통문화체험관, 자연지형 녹지, 광장, 주차장 등을 마련해 각종 교육 및 문화행사가 가능한 복합문화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국립익산박물관 신상효 관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석탑인 미륵사지 석탑과 그곳에서 출토된 사리장엄구를 중심으로, 고도 익산의 역사와 문화를 국내외 관람객에게 널리 전시, 교육하여 지역 주민들에게 행복과 만족을 드리는 문화기관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국립익산박물관 건립 사업을 총괄한 국립중앙박물관 배기동 관장은 “동아시아 전체적으로 흘러가는 불교 유산 불교 문화 자체가 한국의 미륵사에서 와서 어떻게 한국화 되었는지 볼 수 있는 기회”라며, “국립익산불관이 익산의 새로운 문화거점이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에포크타임스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