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거주 외국인이 추천하는 ‘이것만 알면 생존가능’ 일본어 표현 7

By 이 원경

외국에서 생활하다보면 하루에도 몇번씩 사용하게 되는 표현이 있다.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지난해말 기준 273만명. 그중 한국인만 45만명에 이른다(법무성 발표자료).

워낙 자주 사용하기에 알아두면 요긴한 일본어 표현을 일본 거주 외국인들에게 물어봤다.

‘고독한 미식가’ 화면 캡쳐
DOZ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뮤비 화면 캡처

1. 만능 문구 ‘스미마센·스이마센’

“이 말은 일본에서 가장 중요할지도 모르겠네요(웃음). 왜냐하면 고마울 때, 미안할 때, 사람을 부를 때 모두 사용하니까요.” /일본거주 4년차 외국인

외국인이 일본인에 대해 ‘사과를 잘한다’는 이미지를 갖게 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스미마센(すみません·죄송합니다)’이다.

‘스미마센’에는 단순히 영어 그냥 ‘실례합니다, 미안합니다’로 번역할 수 없는 복잡한 뉘앙스가 포함됐다.

특히 ‘고맙습니다’를 뜻하는 ‘아리가또’=’스미마센’의 등식이 성립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일본에 꽤 오래 거주한 외국인도 쉽사리 적응하지 못하는 부분이라고.

한 외국인은 “‘고맙다’고 해야할 상황에 ‘미안하다’고 해서 처음에는 이해가 안됐다. 나중에야 일종의 겸손함을 나타내는 문화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2. 거절하거나 받아들일 때 모두 ‘다이죠부데스’

“일본인이 많이 사용하는 ‘다이죠부데스(大丈夫です·괜찮습니다)’ 역시 헷갈리는 표현이다. 그러니까 좋다는 건지 싫다는 건지. 그래도 익숙해지고 나선 대체로 거절의 의미로 쓰인다는 걸 알게 됐죠.” /일본거주 3년차 미국인

“대놓고 거절하는 걸 피할 때 쓰는 말이죠. 영어에선 ‘노 쌩큐(No, thank you)’만 쓰면 되는데… 이제는 일본에서는 편리한 말이에요.” /일본거주 4년차 호주인

좋을 때도 싫을 때도 ‘괜찮다’하는 표현에는 일본의 국민성이 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체로 완곡하게 거절할 때 쓰이는 표현이라고 보면 맞다고.

영화 ‘요노스케 이야기’

3. 영어로 대화하고 싶다면 ‘니혼고가 데끼마센. 에이고오 하나세마쓰까?’

“이렇게 물어보면 일본인 대부분은 설령 영어를 잘못하더라도 열심히 영어로 말해줍니다.” /일본거주 4년차 유럽인

“니혼고가 데끼마센. 에이고오 하나세마쓰까?”(日本語ができません。英語を話せますか?)는 ‘일본어를 못합니다. 영어로 말씀하시나요?’라는 뜻이다.

이 표현은 일본어 회화를 약간 하는 사람들에게도 유용하다. 길을 물어본다고 일본어를 유창하게 하면, 상대방 일본인은 아마도 감당못할만큼 빠른 일본어를 쏟아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의사항도 있다. ‘니혼고가 데끼마센’까지만 말하면, 수줍음 많은 일본인들은 자신의 영어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영어로 대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반드시 ‘에이고오 하나세마쓰까’까지 말해야 일본판 콩글리쉬’인 ‘재팬글리시’라도 영어 대답을 들을 수 있다.

4. 쇼핑·관광 필수용어 ‘오스스메’

“일본에서 관광하다보면 ‘오스스메(おすすめ·추천)’라는 단어를 자주 보게 돼요. 지역 명물을 소개 받고 싶다면 ‘오스스메와 난데스까(おすすめはなんですか?)’라면 돼죠.” /일본거주 2년차 영국여성

일본의 유명 관광지에서는 추천을 뜻하는 오스스메라는 표현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냥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오스스메를 따르자. 크게 손해볼 일은 없다. 관광객 뿐 아니라 일본인 역시 자주 쓰는 표현이다. 쇼핑, 식사 때도 상점측의 추천에 따르면 틀림없다.

자기 마음에 드는 것이나 좋아하는 것도 ‘오스스메’라고 한 마디 하면 별다른 설명없이 다들 알아듣는다.

‘니체 선생님’ 화면 캡쳐

5. 편의점에서 필수 ‘후쿠로와 이리마센’

“편의점에 자주 가는데 일본은 작은 주먹밥 1개를 사도 봉투(袋·후쿠로)에 넣어주려 한다. 이렇게 받은 비닐봉투가 집안 가득이다.” /일본 거주 3년차 미국여성

일본에서는 주스 1병, 주먹밥 1개라도 봉투에 넣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하는 요즘에도 봉투에 담아 건네는 것은 상대를 배려하는 일종의 문화다.

만약 자신 비닐봉투가 필요 없다면 ‘후쿠로와 이리마센'(袋はいりません·봉투는 필요없어요)이라고 말하자.

어떤 외국인은 일본인이 봉투에 담는 것을 즐기기 보다는 각각의 상품이 섞이지 않게 하려고 봉투를 쓰는 것 같다는 나름의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6. 깜빡했다는 뜻을 전하고 싶다면 ‘아! 와스레테마시타!’

“편의점에서 아이스커피를 살 때, 내가 직접 냉장고에서 얼음이 든 컵을 계산대로 가져가야 하는데 깜빡했더니 점원이 가져다주었어요. 그때 ‘미안해요. 깜빡했네요’라는 뜻을 전달하고 싶어 외웠어요.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는 의미로(웃음).” /일본거주 3년차 미국여성

‘아, 와스레테마시타'(あ! 忘れてました!·아, 깜빡했습니다)는 매우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쓸 수 있는 표현이다. 그래도 깜빡했을 뿐, 악의는 없었다는 뜻을 전하는데 이보다 편한 표현은 없을 것이다.

주의사항도 있다. ‘와스레마시타’라고 하면 그냥 ‘잊었다’가 되므로 뉘앙스가 달라진다. 잊었었는데 지금 생각났다고 하려면 꼭 ‘와스레테마시타’라고 말해야 한다.

둘다 비슷한 말 같지만 ‘와스레테타'(깜빡했어요)라고 말하는 게 일본어에서는 더 자연스럽다.

7. 이 말을 더하면 훨씬 편리! ‘죠또’

“말할 때 ‘죠또'(ちょっと·조금,좀,여보세요)’라고 시작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일본인 동료가 자주 사용하는 것을 듣다보니 저도 습관이 됐네요.” 일본거주 4년차 말레이시아 남성

‘죠또 스미마센(죄송합니다)’ ‘죠또 이이데스까?(괜찮습니까)’ ‘죠또 다이헨데스(좀 곤란한데요)’ 등등 활용방법은 다양하다. 그냥 앞에 붙이기만 하면 표현이 훨씬 부드러워진다.

직접적인 표현을 꺼리는 일본어에서는 ‘죠또’나 ‘아마리'(あまり·그다지,너무) 등 표현을 부드럽게 하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