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세 여고생’ 할머니의 감동 사연… “이미 합격했지만 그래도 왔어요”

By 연유선

2023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81세 최고령 응시자 할머니의 사연이 화제다.

주인공은 서울시 마포구 일성여고 3학년에 재학 중인 이주용씨다.

이씨는 수능 전날 긴장으로 잠을 설쳐 오전 6시쯤 서울 관악구 자택을 나왔다. 수험장인 홍익대학교 사범대 부속여고까지 택시로 35분이면 충분하다.

YTN 뉴스 보도 캡처

이씨는 충남 당진에서 8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다. 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집안 농사일을 도와야 해 1학년 때 중퇴했다. 이후에는 논일도 돕고 시장에 가 고구마도 팔았다.

스물세 살에 시집을 갔고 연년생을 포함해 딸과 아들 둘씩 낳았다. 집안 형편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이씨는 자녀들, 손자·손녀가 학교 다니는 모습을 보고 매우 부러웠다고 한다. 머니투데이에 따르면 이씨는 “(자녀들 키우며) 못 배운 게 제일 서럽더라”라고 말했다.

8년 전 교육과정을 밟지 못한 고령 여성들을 가르치는 일성 중학교, 고등학교를 알게 됐다. 이씨 막내아들 친구의 어머니가 먼저 학교를 다니고 이씨에게 추천했다.

KBS뉴스 보도 캡처
KBS뉴스 보도 캡처

이씨는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평생교육원 사회복지학과에 합격한 상태다.

해당 학과에 진학한 이유에 대해 이씨는 “내가 애기(영유아)들을 잘 못 돌본다”라며 “누군가 도와야 할 때도 제대로 돕지 못했는데 나 같은 사람이 없도록 사람들에게 (유아 교육 방면으로) 도움을 주고 싶다”라고 머니투데이에 밝혔다.

사실상 이씨는 수능을 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씨는 “자녀들, 손자·손녀에게 ‘할머니도 할 수 있다’ 보여주고 싶어서 시험을 본다”며 “배움을 멈춘 다른 사람들에게도 ‘당신도 할 수 있다’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팔순 넘은 이씨는 5시까지 진행되는 시험에 체력이 바닥날까 봐 국어와 영어, 한국사 시험만 보기로 했다.

수능 준비가 쉽지는 않았다. 특히 영어 듣기 평가는 아무리 공부해도 어려웠다.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OMR 시험지 작성하는 법도 따로 연습이 필요했다.

이씨는 “막상 수험장 앞에 오니 수능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분이 좋다”며 “나처럼 용기를 얻어 새롭게 도전하는 사람이 많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