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동안 세계 최고 이끈 ‘원자로 설계 전담조직’ 해체 검토

By 이서현

한국전력 산하 한국전력기술이 원자력 개발을 담당하는 ‘원자로설계개발단(설계단)’ 해체를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설계단은 원자로와 제어계측 같은 원자력발전 핵심 설계와 관련 기술 개발을 도맡았고 우리나라 표준 원전을 개발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부근에 건설된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 | 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한 3세대 원전 설계도 여기서 했고,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 SMR의 원조격, 스마트 원전의 설계 기술도 갖고 있다.

이렇게 지난 36년 동안 한국 원전 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핵심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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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19일 한전기술이 대전에 있는 설계단을 김천 본사로 불러들여 본사 내 4개의 부처로 쪼개 분산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설계개발단은 현재 사업·기술관리(44명), 설계(263명), 사업지원·행정(47명) 등 총 3개 분야 354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로 설계 기술을 보유한 인력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면 관련 노하우가 유실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봤다.

박사급 인력을 대덕 연구 단지에서 다 빼버리고 나면 앞으로 원자력 연구개발에서 손 떼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

정부가 줄곧 강조해온 원전 수출이나, 건설이 보류되고 있는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3·4호기 설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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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공학 교수는 채널A와 인터뷰하며 “삼성·LG 등 대기업이 연구조직을 생산부서에 분산 배치한다? 돌아가지 않습니다. 설계하는 사람은 한 공간에 있어야 소위 케미(조화)가 생기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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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한전기술은 원자로 설계 전담조직을 해체한다는 소식에 한전기술 주가는 12% 가까이 폭락하기도 했다.

한전기술은 “조직개편안은 공식 발표한 사항이 아니며 검토 중인 단계다.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