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해 ‘하루 1만보 걷기’를 추천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사실 ‘미신’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타임즈(NYT)는 일상 지식의 진위를 알아보는 기사에서 ‘하루 1만보’ 목표는 일본에서 유래한 미신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매체에 따르면 1964년 도쿄 올림픽이 끝난 뒤 일본 내에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이에 편승해 이익을 보려는 한 업체가 ‘만보계’라는 걸음계측기를 만든 게 ‘1만보’의 시원이라는 것.
전문가들은 만보계에서 1만을 뜻하는 ‘만'(万) 자가 사람이 걷는 모습과 흡사해 판매촉진 차원에서 만보 걷기를 홍보했을 뿐 특별한 과학적 의미는 없다고 지적했다.
NYT는 걷기의 건강증진 효과를 분석한 기존 연구를 인용해 실제 최적점은 1만보보다 훨씬 적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2019년 하버드대 보건대학원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하루 4,400보를 걷는 70대 여성은 2,700보 이하를 걷는 같은 연령대 여성보다 조기사망 위험이 40% 정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걸음 수가 높아질수록 조기사망 위험은 계속 떨어지다가 7,500보에서 정점을 찍었다.
즉 걷기가 건강에 도움이 되는 건 맞지만, 꼭 ‘1만보’를 걸을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2020년 3월 미국 의학협회 저널 네트워크(JAMA Network)에 게재된 더 광범위한 논문도 이와 비슷한 결과를 말하고 있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하루 1만보’는 장수의 조건이 아니며, 하루 8천보를 걷는 사람이 4천보를 걷는 사람보다 심장질환 등으로 일찍 사망할 위험이 절반에 가까웠다.
NYT는 1만보 목표가 오히려 걸을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벨기에에서 2005년 남녀 시민 660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1년 동안 하루 1만보 목표를 지킨 사람은 8%에 불과했고 4년 뒤에 계속 그렇게 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체는 평소 걸음 수보다 2천~3천보 정도 더 걷는 것을 목표로 두는 게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