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살 전 마지막까지 불안해하는 엄마를 먼저 안심시킨 제주 중학생

By 김우성

“걱정하지 마, 엄마. 내가 제압할 수 있어”

어머니의 전 연인에게 살해당한 제주 중학생이 불안에 떠는 어머니를 마지막까지 안심시켰다고 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지난 22일 KBS는 제주 중학생 A 군 피살 사건의 피해 어머니와 가진 인터뷰를 공개했다.

폴리스라인 설치된 사건 현장 / 연합뉴스

A 군 어머니는 “살해범이 내 아들을 먼저 죽이고 나를 죽이겠다고 지속적으로 협박했다”면서 “아들이 걱정돼 늘 조심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아들은 자기가 제압할 수 있다며 오히려 나를 안심시켰다”고 말했다.

또 “가정폭력을 당할 때마다 아들이 나를 안심시키기 바빴다”면서 “피해자 진술을 하러 경찰서에 갈 때도 아들과 함께 갔다”고 말하며 눈물을 쏟았다.

지난 5월 가정폭력이 발생했을 때, A 군은 경찰에 증거로 제출하기 위해 부서진 컴퓨터, TV 등을 촬영하고 부서진 유리 조각 등을 모아뒀다.

A 군은 항상 불안에 떠는 어머니를 보호해왔던 것.

지난 18일 제주시 조천읍 주택에 침입하고 있는 B 씨 / 제주경찰청

어머니의 전 연인 B 씨는 지난 18일 오후 3시 16분께 제주시 조천읍 한 주택에서 A 군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당일 2시 15분께 어머니와 A 군은 마지막 통화를 나눴다. 그로부터 1시간 뒤, 집에 혼자 있던 A 군은 B 씨와 공범에게 살해당했다.

1차 부검 결과 A 군은 손과 발이 결박된 상태로 처형되듯 마지막 순간을 맞이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

피의자 B 씨는 어머니가 결별을 선언하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지법으로 이송되는 제주 중학생 살해 피의자 / 연합뉴스

한편, 사건 발생 전 이미 가정폭력 신고가 접수되는 등 여러 차례 신변 위협의 징후가 있었음에도 경찰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어 논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