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만나려다 양발 잡혀 끌려간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By 이서현

펠로시 미 하원의장을 만나려던 이용수 할머니(94)가 국회 경호원의 거친 제지에 부상을 입었다.

4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국제사법재판소 회부 추진위원회(추진위)’에 따르면 이 할머니와 추진위 관계자들은 이날 정오쯤 펠로시 의장에게 면담을 요청하려고 국회 사랑재에서 대기했다.

펠로시 의장 기다리는 이용수 할머니 | 연합뉴스

펠로시 의장은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담한 뒤 공동 언론발표를 하고 사랑재에서 오찬을 했다.

사고는 펠로시 의장이 사랑재에 도착하기 직전 벌어졌다.

경호원 여러 명이 휠체어에 앉아 있던 할머니 쪽으로 다가왔고, “펠로시 의장이 지나갈 동선에서 조금 떨어져 서 달라”며 휠체어를 끌어서 뒤로 옮겼다.

이후 다른 경호원들이 합류해 휠체어를 끌어내는 과정에서 할머니는 휠체어에서 떨어져 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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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가지 않겠다”고 저항하자 경호원들은 할머니의 양발을 잡고 끌고 갔다.

이후 할머니는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옮겨졌으며 다행히 큰 부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추진위 관계자는 “펠로시 의장이 사랑재에 도착하기 전 십여 명의 경호원이 할머니가 앉아계신 휠체어를 무작정 끌어당겨서 외곽으로 옮겨버리려고 했다”며 “이 과정에서 할머니가 땅바닥에 넘어져 양 손바닥을 긁히고 심한 정신적 충격을 입었다”고 전했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실제 주인공인 이용수 할머니 | YTN 뉴스

이 할머니는 지난 2007년 미국 하원 의회에서 위안부 실태를 고발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실제 주인공이기도 하다.

당시 일본의 거센 반발에도 미 하원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공식 사과를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킨 주역이 그해 취임한 펠로시 의장과 이 할머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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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시 의장은 이번 방한에서도 “미 의회에서 위안부 법률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며 우리 국회에서 위안부 문제에 또다시 관심을 나타냈다.

한편 추진위는 앞서 “(위안부 피해자 중) 한국에 남은 생존자는 이 할머니를 포함해 11명뿐”이라며 “이 할머니는 90대이기 때문에 (이번 펠로시 의장 방한이) 직접 만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라고 이 할머니의 면담을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이 할머니의 펠로시 의장 면담은 불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