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내려가요” 쏟아지는 민원에 부자 동네서 점점 사라지는 따릉이 대여소

By 이현주

천만 서울 시민의 발이 된 공공자전거 ‘따릉이’.

이용 건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지만, 대여소는 ‘집값이 내려간다’ 등의 항의에 철거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드러났다.

따릉이 자전거 대여소 | 연합뉴스

24일 서울시의 ‘따릉이 대여소 철거 사유’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철거된 따릉이 대여소 95곳 가운데 ‘폐쇄 요청 민원’에 따른 철거가 65곳으로 68.4%를 차지했다.

민원 탓에 따릉이 대여소가 열흘에 1곳씩 사라지는 셈이다.

이밖에 ‘공사로 인한 보도 점유’가 19(20.0%)건, 보도폭 등 문제로 더 이상 설치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운영 불가’는 11건(11.6%)이었다.

시민들은 아침마다 이용하던 집 근처 따릉이 대여소가 갑자기 철거되는 바람에 지하철역까지 걷는 불편함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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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민은 대여소를 새로 설치해달라고 구청에 요청했다가 “인근 아파트 주민들 반대로 이미 설치했던 대여소가 철거됐다”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고급 아파트일수록 ‘집값이 내려간다’는 이유로 따릉이 대여소를 선호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라고 전했다.

상가의 경우 간판이 가려진다거나 보행에 불편하다며 대여소를 철거해달라는 민원도 제기된다.

기사 내용과 관련없는 사진 | 연합뉴스

문제는 한번 철거하면 새로운 대여소를 설치하기도 쉽지 않다.

대여소를 새로 만들려면 보도 폭을 3m 이상 확보해야 하며 점자 블록을 침해하지 않고, 소화전이나 전기·통신 시설을 방해하지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 사유지인 경우 토지 소유권자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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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따릉이 대여소가 지난해 기준 2600곳을 넘어서면서 해당 조건을 만족하는 장소는 이미 포화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 시내 후보지는 이미 한계치에 다가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