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앞 찾아온 깨달음에 ‘1억’ 기부 결심한 완치 노인

By 이서현

코로나19에 걸렸다 완치된 80대가 자신을 치료해준 의료진과 병원에 뜻깊은 감사를 전했다.

지난 6일, 신형봉(80) 씨는 자신이 입원했던 서울적십자병원에 “코로나19 연구를 위해 써달라”며 기부금 1억을 전달했다.

신씨는 “종일 마스크와 방진복을 못 벗고 일하는 의료진을 가까이에서 보며 새삼 감사함과 존경심을 크게 느꼈다”라고 기부 이유를 밝혔다.

연합뉴스

그는 지난해 12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운동을 위해 산만 오갔던 터라 지금까지 정확한 확진경로를 파악하지 못했다.

당시 입맛이 뚝 떨어지고 몸에 이상 증상이 나타나자 설마 하는 마음에 보건소를 찾았다가 코로나19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됐다.

신씨는 확진 안내 문자가 ‘사망 선고’처럼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고령인 데다 8년 전 폐렴 증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오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서글프고 비참한 생각이 들었다.

입원 전날, 입던 옷과 젊은 시절 사진을 정리했다.

미국에 있는 가족에게는 곧 죽을 것 같으니 한국에 와서 장례를 치르라는 말도 전했다.

서울적십자병원

병원에 입원하고서도 죽음에 대한 불안이 가시지 않았다.

온몸의 혈관이 선명하게 비쳐 보일 때는 공포가 찾아왔다. 식욕이 없거나 침이 마르는 등 평소 몸 상태와 다른 고통스러운 시간이 이어졌다.

그러다 문득, 작은 깨달음이 찾아왔다.

신씨는 “의료진들이 밤낮으로 고생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봉사 정신이 없으면 안 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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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입원 3일 만에 1억원을 기부하기로 결심했다.

신씨는 입원 17일만인 올해 1월 중순 완치 판정을 받았다.

죽을 고비를 넘긴 뒤 퇴원 통보를 받고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기분이었다고 한다.

그는 “중환자실로 보낼까 봐 매일 불안했는데 ‘살았다’ 싶으니 그때부터 기력을 조금씩 회복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코로나19로 고통받는 많은 이들을 염려하며 “적은 돈이지만 코로나19 극복에 쓰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영수 서울적십자병원 원장은 “장기간 코로나19 전담병원 운영으로 지친 의료진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신씨의 기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2년 전, 장학금 성격으로 3억5000만원을 은행에 기탁한 적 있다.

사후엔 전 재산 약 10억원을 사회에 환원할 생각이다.

“죽으면 저승에 가져갈 것도 아니고, 자식에게 물려주는 거보다 주고 싶은 사람에게 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사회에 받은 걸 감사하는 마음으로 돌려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