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난 것처럼 처참했다” 한국 교민이 전한 튀르키예 강진 참상

By 이현주

6일 오전 4시 17분 (현지 시각)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강진으로 4000명에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했다.

AFP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이번 지진으로 현재까지 최소 2379명이 사망했고 1만 4483명이 다친 것으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시리아에서는 최소 1400여 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지진으로 무너진 튀르키예 건물 | 연합뉴스

다만 우리 교민들의 인명피해는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튀르키예 하타이주 안타키아에서 선교 활동 중인 한인 장성호 목사는 연합뉴스에 현지 상황을 전했다.

이곳은 이번 지진의 진앙지와 인접해 가장 큰 피해를 낸 가지안테프에서 150km가량 떨어져 있다.

그는 “건물이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흔들렸다”라며 “작은 지진을 겪은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큰 진동은 처음이었다”라고 말했다.

잠을 자다 건물이 크게 흔들려 방 밖으로 나온 장 목사와 가족은 테이블 밑으로 몸을 숨겼지만 떨어져 내린 물건과 벽면에 맞아 찰과상을 입었다.

수색차 건물 잔해 들어올리는 튀르키예 시민들 | 연합뉴스

큰 진동이 지나간 뒤 건물 밖으로 나온 장 목사 가족은 예상을 뛰어넘는 상황을 목격했다.

장 목사는 “건물이 붕괴한 잔해와 먼지가 뿌옇게 안개처럼 날리고 있었다. 마치 전쟁 포연 같았다”라며 “앞이 하나도 안 보일 지경이었다”라고 기억했다.

어렵사리 자신이 운영하는 교회를 찾아갔지만 완전히 무너진 상태였다.

해가 뜬 뒤 도시의 모습은 그야말로 “처참했다”고.

낡은 건물이 많은 지역이라 피해가 심할 줄은 예상했지만, 성한 건물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도시가 완전히 폐허가 됐다는 것.

강진으로 무너진 건물서 수색작업 벌이는 튀르키예 구조대 | 연합뉴스

다행히 우리 국민 중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진 피해를 입지 않은 인근 호텔에서 장 목사와 함께 대피해 있는 한인들은 모두 10여 명.

이들은 피난 준비를 하고 있지만 도로가 파괴되거나 막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생필품과 당장 마실 물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한다.

무너진 튀르키예 건물서 구조작업 하는 대원들 | 연합뉴스

교민들은 특히 이번 지진의 위력에 대해 크게 걱정하고 있다.

이지현 튀르키예 한인회 부회장은 “이번 지진이 다른 지진과는 달리 보통 한 번 한 지역에서 일어나서 다른 지역으로 퍼져나가면서 옅어지는 게 아니라 동시다발적으로 피해가 형성돼서 지진 전문가들도 이런 경우는 없었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터키 주재 한국 대사관은 피해가 집중된 지역에 직원들을 보내 교민들의 피해는 없는지 현장 점검에 나섰다.

대사관 측은 아직 우리 교민의 인명피해는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개인 여행객 가운데 피해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현지와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