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사슬에 묶여 살던 시리아 6살 소녀의 비극, 전 세계를 울리고 있다

By 김우성

씻지 못해 헝클어진 머리, 흙 묻은 얼굴과 옷, 그리고 작은 손에 든 쇠사슬.

시리아 내전으로 집을 잃고 난민캠프에서 지내다 숨진 한 아이의 사진이 전 세계를 울리고 있다.

지난 30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한 장의 사진이 SNS상에 퍼지면서 전 세계인들이 시리아 내전이 초래한 ‘아이들의 고통’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좌] 쇠사슬을 들고 있는 6살 시리아 난민 날라 알 오트만. 그는 사진이 찍힌 지 몇 달이 지나 음식을 급하게 먹다가 질식사했다, [우] 시리아 난민 캠프에서 살았던 6살 날라의 생전 모습 / 시리아인권관측소
사진 속 아이는 날라 알 오트만(6)으로, 시리아 내전으로 3년 전 가족과 함께 시리아 북부 이틀립주의 난민캠프에서 지냈다.

날라의 아버지는 날라를 쇠사슬로 묶어 요람 위 철문을 덮어 만든 ‘우리’ 안에 감금하고, 때론 날라를 폭행했다.

그러다 해당 사진이 유포되어 공분이 일었다. 아버지는 당국에 구금됐으나, 별다른 혐의를 적용받지 않고 몇 주 후 석방됐다.

아버지는 날라를 간혹 쇠사슬에 묶어둔 것을 인정했지만 날라가 옷을 벗고 아침저녁으로 캠프를 돌아다녀서 불가피했다고 항변했다.

이웃들은 날라가 학대당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살아남기도 버거운 난민캠프에서 날라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줄 만한 여유는 누구에게도 없었다.

NYT는 “난민들은 임시 숙소에서 지내며 더위, 추위, 질병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군이 언제든 다시 습격할 수 있다는 공포 속에 산다”고 덧붙였다.

지난 8일(현지 시간) 시리아 북부 이들립주의 한 난민캠프에서 사는 소년 모습 / 연합뉴스

사진을 찍고 몇 달 후, 날라는 오랜 굶주림에 시달리다 지난 4일(현지 시간) 짧은 생을 마감했다.

배고픔 속에 음식을 급하게 먹다가 질식해 허무한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사진과 함께 날라의 안타까운 사연이 재조명되면서 시리아 내전으로 난민 캠프로 내몰린 아이들의 고통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난민 중에서도 특히 아동은 식량과 의료서비스를 제때 받지 못해 늘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아이도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레바논의 시리아 난민 캠프에 있는 아이들 / 연합뉴스

한편 시리아 내전은 ‘아랍의 봄’ 민중봉기가 중동 전역에 번진 2011년,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로 촉발됐다.

알아사드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아 시위는 내전으로 변했고,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와 러시아가 개입하면서 시리아는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내전이 10년째 이어지면서, 시리아 난민의 고통은 더욱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