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계좌에서 입금된 돈 때문에 통장이 정지됐습니다”

By 이서현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송금해 계좌를 정지시킨 후 금전을 요구하는 ‘통장협박’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통장협박’을 당했다는 경험담이 공유돼 많은 이들의 분노를 불렀다.

통장협박은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휴대전화에 원격제어 어플리케이션을 깔도록 한 뒤 의뢰인이 지정한 계좌로 10~15만원 가량의 돈을 보내고, 피해신고를 유도해 해당 계좌를 정지시키는 방법이다.

과거 불법 도박 사이트를 대상으로 성행했지만, 최근 계좌가 묶일 경우로 타격을 받는 자영업자까지 노리고 있다.

일당은 돈을 송금받은 후 계좌가 정지된 이들에게 접근해 계좌를 풀어주겠다며 돈을 갈취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글쓴이 A씨에 따르면 지난 3일 저녁 7시, 그는 카카오뱅크에서 보낸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A씨의 입출금통장이 전기통신금융사기 이용계좌로 신고되어 지급이 정지되었다는 것.

계좌를 확인해보니 이날 오후 3시쯤, HE942라는 입금자명으로 15만원이 입금되어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잘 사용하지도 않는 계좌를 알 만한 사람도 없기에 A씨는 카카오뱅크 고객센터로 문의했다.

사정을 설명하니 상담원은 A씨 계좌로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돈이 입금되어 계좌가 정지됐다고 설명했다.

A씨는 “모르는 돈이고, 나에게 입금한 계좌로 15만원을 반환해달라”며 “모르는 계좌에서 돈이 입금됐는데 왜 내 계좌가 정지를 당해야 하냐”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상담원은 “법이 그렇다”라며 다음날 카카오뱅크뿐 아니라 모든 계좌의 비대면 거래가 정지돼 창구 거래만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의 제기 신청 대상자도 아니어서 계좌를 풀 방법은 피해자와 합의해야 한다고 했다.

만약 합의를 해도 정지가 풀리는 데는 3~4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카오뱅크

자영업을 하는 A씨는 계좌가 묶이면 난처한 상황이라 어떻게든 계좌를 풀어보려고 애썼다.

A씨는 돈을 반환하려고 입금된 은행에 직접 문의하려고 했으나 은행 측은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이후 A씨는 ‘HE942’ 찾으려고 노력했고, 한 커뮤니티에서 똑같은 피해사례를 찾을 수 있었다.

이 피해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텔레그램에 접속해 ‘HE942’라는 계정을 발견했고, 계좌를 정지시킨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HE942’는 150만원을 주면 계좌를 풀어주겠다고 제안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A씨도 텔레그램으로 대화를 시도했더니, 역시나 115만원을 요구했다.

A씨는 곧바로 경찰서로 달려가 신고도 했지만 금융감독원이나 경찰서, 은행 등 어디에서도 큰 도움을 받지 못했다.

현행법상 허점을 노리고 파고든 범죄다 보니, 아직 제대로 된 대책 마련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방송국에 제보한 A씨는 “범인이 구속될 때까지 공론화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