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최재형’ 미스터리… ’묘’가 어느 날 사라졌다

By 연유선

일제강점기, 연해주에서 의병 투쟁과 독립운동을 했던 최재형 선생의 허(빈 무덤)가 지금은 감쪽같이 멸실된 채 빈터로 남아 있다.

‘연해주 독립운동의 아버지’로 불리는 최 선생은 상하이 임시정부 재무총장(장관)을 역임한 고위직 독립운동가다.

상하이 임시정부 재무총장에 선임될 정도로 명망이 높았고,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도 도왔던 최재형 선생은 1920년 연해주에서 일제에 의해 총살당했다. 시신이 암매장되면서 유골조차 찾지 못한 채 후손들은 스탈린의 강제이주로 구소련 각지로 뿔뿔이 흩어졌다.

한민족평화나눔재단

정부는 앞서 1962년 최 선생에게 대한민국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일제가 최 선생의 유해를 암매장하는 바람에 1970년 현충원에 선생의 허묘가 들어섰다.

이때까지만 해도 후손 최 모 씨가 30년 동안 보훈 혜택을 누려왔다. 그러나 구소련 붕괴 후 고국을 찾은 진짜 후손에 의해 가짜 후손임이 뒤늦게 밝혀진다.

가짜 후손 최 모 씨는 유전자(DNA) 검사에서 허위로 드러나 유족연금 수령 자격이 박탈됐다. 최 씨는 그 후 숨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자 최 발렌틴의 출간 저서 『최재형』

2004년에야 비로소 최 선생의 막내딸 최 엘리자베타가 유족연금 수급자로 국가보훈처에 등록됐고, 2005년 막내딸이 사망하자 손자 최 발렌틴(2020년 2월 작고)이 이어받았다.

최 발렌틴은 2006년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애국지사묘역의 최 선생 허묘에 참배하고 당시 사진까지 남겼다.

하지만 2009년 최 발렌틴이 재차 현충원에 참배하러 갔으나 허묘가 갑자기 멸실되고 빈터만 남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손자 최 발렌틴의 출간 저서 『최재형』

현충원은 108번 묘를 없애버린 뒤 후손들에게조차 숨긴 것이다.

이에 대해 현충원 측은 가짜 후손이 이장을 요청해 묘를 없앴고, 처음 108번 묘를 설치할 당시와 달리 현행 국립묘지법상 매장은 시신이나 유골이 있는 경우에 한한다고 밝혔다.

아직 풀리지 않은 의혹

허묘가 사라지는 과정에서 국립서울현충원과 국가보훈처의 일 처리에는 많은 의문점이 있다.

독립운동가최재형기념사업회의 문 이사장은 “후손이 가짜인 것과는 별개로 최재형 선생의 허묘를 없앤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짜 후손이 드러났으면 진짜 후손으로 변경하면 되는데 후손에게는 연락도 없이 허묘를 멸실시켰다는 것은 최 선생을 독립운동사에서 지운 것과 같다. 행정착오로 가짜 후손을 등록했다면 진짜 후손이 나타났을 때 시행착오를 밝히고 제대로 모셨어야 마땅했다”고 비판했다.

문 이사장은 “국가보훈처 서울지방보훈청에 최 선생의 허묘가 멸실된 경위 등 정확한 진상을 파악해 알려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최재형 선생 손자 최 발렌틴/ 연합뉴스

한편 사단법인 독립운동가최재형기념사업회는 지난 4월 7일 최재형 선생 순국 102주년 기념식을 열고, 1970년 국립서울현충원 애국지사묘역에 조성됐다가 석연찮은 이유로 멸실된 채 빈터로 남아 있는 최 선생의 허묘를 부부합장묘로 복원을 추진하기로 했다.

기념사업회는 최 선생 부인 최 엘레나 페트로브나의 키르기스스탄 현지 묘소에서 유골을 국내로 봉환하고 러시아 연해주 우수리스크에 있는 최 선생의 옛집 마당의 흙과 유품도 가져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