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탓이 아니다”… 자책감으로 힘들어하는 이태원 파출소에 날아든 손 편지

By 연유선

이태원 참사 이후 이태원 파출소에 한 여성이 음료수 한 박스와 편지 한 통을 건네고 갔다. 그 편지의 내용이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2일 오후 2시 30분 한 여성이 이태원 파출소를 방문했다. “어떤 일로 오셨느냐”는 경찰관의 물음에 여성은 말없이 음료수 한 박스와 편지 한 통을 건넸다. 그러고는 “감사하게 생각해요”라는 짧은 말만 남기고 갔다.

이태원 파출소 직원 제공 (한국일보)

편지 속 여성은 자신을 ’14년째 이태원에 거주하는 주민’이라고 밝혔다. 이어 “언제나 시끌벅적한 이태원에서 항상 수고해 주심에 감사하다. 특히 매년 핼러윈 주말마다 얼마나 힘드셨을지 감히 상상하기 힘들다”고 감사를 표했다.

바로 다음 줄에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운을 뗐다. “그런데 올해 핼러윈은 모두에게 잊기 힘든 날이 됐다”며 “주민으로서 이태원역을 이용하거나 지날 때마다 정말 가슴이 아프고 힘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이태원 파출소에서도 같은 마음으로 그곳을 바라보고 계실 거라 생각한다”, “다만 한 주민으로서 필요 이상의 자책을 하거나 너무 큰 죄책감에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쓴다”며 파출소 직원들을 위로했다.

편지는 “너무나도 안타까운 이 비극을 우리 모두 잊지 말고 함께 슬퍼하며, 자책은 하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맺음말로 끝났다.

이태원 파출소 직원 58명이 단체 채팅방에 올라온 이 편지를 다 봤다고 한다.

연합뉴스

이곳 경찰관들은 참사 이후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선을 다해 구조활동을 했지만 “미흡한 현장 대응”을 이유로 고강도 감찰이 예고됐다. 시민들과 언론의 비난 여론도 이들을 심리적으로 움츠러들게 했다. 유족에게 멱살을 잡힌 경찰관도 있고 일부 경찰관은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름 모를 주민의 편지 한 통이 이태원파출소 식구들에게 큰 위안이 됐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