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집 지었을 뿐인데” 얼떨결에 러군 진격 막아 우크라 도운 동물

By 이현주

‘물 위의 건축가’ 비버우크라이나의 새로운 우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3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 영국 텔레그래프 등은 우크라이나 군이 비버로부터 뜻밖의 도움을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댄 우크라이나 북서부 지역에 비버가 댐을 지은 덕분에 두꺼운 진흙과 습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비버 | 연합뉴스

비버 댐으로 형성된 습지는 벨라루스를 거쳐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려는 러시아군의 발목을 잡았다.

벨라루스 접경지 볼린 주의 방위여단은 이 습지가 우크라이나군에게 지리적 이점으로 작용하는 동시에 침공에 대비할 시간을 벌어준다고 보고 있다.

여단 대변인 세르히 호민스키는 “비버가 땅을 축축하게, 지날 수 없게 만들었다”라며 “우리에겐 새로운 우군”이라고 전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비버가 댐을 지으면 사람들이 이를 허물지만, 올해는 전쟁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아 사방이 물”이라고 설명했다.

볼린 주에서 대공 훈련하는 우크라이나군 | 연합뉴스

군 전문가들도 비버가 만든 댐이 우크라이나에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봤다.

군사정보기업 로찬컨설팅의 애널리스트 콘라트 무지카도는 “볼린 지역은 물이 많고 도로는 적어 특성상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포격할 수 있는 장소로 몰아넣기 쉬운 구조”라고 분석했다.

한편, 벨라루스는 러시아와 1990년대 말부터 ‘연합국가’ 창설을 추진하는 등 밀접한 관계를 맺어오고 있다.

전투태세 점검하는 벨라루스군 | 연합뉴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벨라루스가 러시아의 새로운 침공 경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언급돼 왔다.

최근 러시아는 벨라루스에 군 항공기를 대거 배치하기도 했다.

벨라루스 국방부도 다음 달 1일까지 러시아군과 합동 전술 비행 훈련을 진행한다고 발표한 바 있어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