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대물림’ 하려는 기아차 노조 생떼에 칼 빼든 정부

By 이서현

기아차 노사의 단체협약을 통한 고용세습에 제동이 걸렸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안양지청은 최근 기아 노사에 단체협약 내용과 관련해 시정명령 절차에 들어갔다.

문제가 된 것은 우선·특별채용 조항으로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 정년 퇴직자 및 장기근속자(25년 이상)의 자녀에 대해 우선 채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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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는 이 조항이 헌법 11조에서 보장한 평등권, 고용정책기본법 7조에서 정한 취업기회의 균등한 보장 등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안양지청은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의결을 거친 뒤 정식으로 시정명령을 내릴 계획이다.

국민의힘

기아 단체협약에 시정명령이 내려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점점 높아지는 청년실업률에 ‘공정’이 화두로 떠올랐고,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 중 하나로 공정한 채용 기회 보장을 정했다.

노조의 자녀 우선 채용이 산업 변화, 청년 실업난을 고려할 때 좌시할 수 없는 관행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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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기아차 노조는 ‘고용 세습’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기아 직원 평균 연봉은 1억100만원에 달하고, 퇴직자에 3년마다 차량 25% 할인 등 복지 혜택도 엄청나다.

취업준비생이 선망하는 꿈의 직장으로, 지난해 생산직 채용 공고에 경쟁률이 500대1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기아차 노조는 당시 ‘정년퇴직자와 25년 이상 장기근속자의 자녀를 우선 채용하라’고 회사에 요구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부모가 다녔다고 자식이 우선 입사 기회를 받는다는 건 ‘현대판 음서제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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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노조는 정부의 시정 명령에 “노조 죽이기”라며 “단체협약 사수 투쟁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는 기아 노사가 해당 조항을 수정하지 않으면 사법 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기아차 노조의 ‘자녀 우선채용 유지’와 관련해 “귀족 노조의 고용세습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고 꼬집은 뒤 “명백한 ‘고용 알박기’이자 ‘일자리 도둑질'”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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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직원 자녀를 우선 채용하게 하는 조항이 청년의 구직 기회를 박탈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기아처럼 고용 세습 조항이 있는 기업은 현대제철(포항 1공장 및 당진공장), 효성(창원공장), STX엔진(1사업장), 현대위아 등 63곳에 달한다.

정부는 해당 기업의 고용세습 근절을 위해 시정명령 개시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는 사회적 비난 여론을 감안해 2019년 단체협약에서 고용 세습 조항을 삭제했다.